상주 역할 하는 DJ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안치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빈소는 24시간 조문객을 받았다. 이는 김 전 대통령 가족뿐 아니라 동교동계와 국민의 정부 인사들이 ‘상주’로서 문상객을 맞아 가능했다.

야당 시절부터 DJ를 따르던 동교동계 비서·측근들은 연일 빈소를 떠나지 않는다. 19일 새벽 3~7시에도 장성민·송석찬·윤철상·설훈·최성 전 의원과 수행 비서 등이 상주 자리를 지켰다. 김 전 대통령의 임종을 지켜봤던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 전 의원도 연 이틀 상주 역할을 수행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모임인 ‘국청회’는 인력풀을 총 가동해 체계적인 공보·의전 시스템을 갖췄다. 박지원 비서실장 총괄 하에 최경환 공보비서관 등이 주도하는 공보팀은 영정 사진, 일생 동영상 다운로드 서비스까지 한다. 해외 언론은 윤석중 전 해외언론 담당 행정관이 총괄하면서 영문 브리핑도 하고 있다. 의전은 남궁진 전 의원이 지휘하고,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외빈을 접대한다. 조달과 회계는 윤철구 비서가 맡았다.

한때 당을 떠난 이들도 돌아왔다. 무소속 정동영 의원은 전날 빈소에 이어 19일엔 분향소가 차려진 서울광장에서 상주 역할을 이어갔다. 부인 민혜경씨도 빈소 주변에 머물렀다. 정 의원은 비서진까지 투입, 최경환 비서관 등과 함께 언론 브리핑 안내 등 공보 업무를 분담케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아버지”라며 "가슴이 뻥 뚫린 심정”이라고 말했다.

춘천에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틀 연속 세브란스병원 빈소를 찾았다. 코밑과 턱을 덮었던 덥수룩한 수염은 말끔하게 깎은 채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도 전날 빈소를 밤 늦게까지 지킨 데 이어 이날도 서울광장에서 이강래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추모객을 맞았다. 미디어법이 처리된 지난달 22일 이래 장외투쟁에만 집중해온 그도 “정치적 언급은 일절 삼가고 추모에 전념하자”고 주변에 당부하고 있다.

친노 그룹은 18일 권양숙 여사와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를 필두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30여 명이 집단조문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애도에 답하는 차원”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권 여사가 병원에 도착하기 30여 분 전 병원에 집결했다. 최근 ‘연내 신당 창당’을 제안한 이병완 전 비서실장도 함께였다. 민주당 내 한 친노 인사는 “조문 뒤 다들 함께 맥주 회동을 가졌지만 (친노) 신당 얘기는 거의 없었다”며 “친노 인사로 불리는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도 김대중 정부 하에서 장관 등을 역임한 친DJ 인사인 만큼 장례위원회에도 참여하고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려 노력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