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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 잡아먹는 백상아리 첫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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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 백령도에서 5m 크기의 백상아리가 길이 1.6~1.7m짜리 잔점박이물범을 공격한다. 백상아리의 꼬리와 등지느러미가 보인다. 2. 물범의 피로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오른쪽은 바위. 3. 백상아리 공격에 놀란 다른 물범들이 바위로 대피했다. [국립 수산과학원 제공]

‘식인상어’ 백상아리가 잔점박이물범을 잡아먹는 장면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촬영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해양포유류 연구팀은 19일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물범바위 앞바다에서 잔점박이물범 서식 현황을 조사하다가 5m 크기의 백상아리 한 마리가 길이 1.6∼1.7m의 잔점박이물범 한 마리를 공격하는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백령도 서쪽 바닷가에서 300m 떨어진 물범바위 주위에는 잔점박이물범 2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고래연구소가 10일 오후 3시 촬영한 장면에는 ▶백상아리가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를 수면 위로 내놓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잔점박이물범을 공격하는 모습. ▶공격이 끝난 뒤 잔점박이물범의 피가 수면 위를 붉게 물들인 모습. ▶백상아리의 공격이 끝난 뒤 20여 마리의 잔점박이물범들이 놀라 바위 위로 피신한 모습이 담겨 있다.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는 “백상아리가 조용히 물속에서 잔점박이물범 가까이 접근한 뒤 공격을 했기 때문에 수면 위로 지느러미가 나타났을 때는 거의 상황이 끝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수산과학원은 2005년 백상아리가 나타나 물범을 잡아먹는 모습을 봤다는 백령도 주민들의 말에 따라 백령도 주변 해역이 백상아리의 사냥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마시란 해변에서 길이 5.5m, 무게 1t의 백상아리가 발견되는 등 올 들어 전국에서 4마리가 관찰됐다. 수산과학원은 백상아리의 잦은 출몰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는 데서 찾고 있다. 백상아리의 먹이인 고등어·삼치·상괭이(소형 돌고래)·오징어 등이 연안으로 회유하면서 백상아리가 따라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김상진 기자

◆잔점박이물범·백상아리=잔점박이물범은 바다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종이다. 몸길이 약 1.4m, 몸무게 약 90㎏까지 자란다. 주로 오징어·조개 등의 어패류를 먹는다. 백상아리는 ‘바다의 난폭자’ ‘식인상어’로 불린다. 영화 ‘조스’(1975년 작)에 나와 유명하다. 수명은 15년 정도며, 최대 6.5m 정도까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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