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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른 밤까지 돌봐줘 맞벌이 부담 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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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7월 ‘서울형’으로 인증받은 도봉실버데이케어센터. 퍼즐 맞추기, 종이접기, 요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치매환자 20여 명을 돌보고 있다. [김태성 기자]

강호영(85) 할아버지와 윤희숙(82) 할머니는 매일 서로의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한다. 노부부가 향하는 곳은 치매노인 보호시설인 서울 도봉구 ‘도봉실버데이케어센터’. 치매를 앓고 있는 윤 할머니가 이 센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치료를 받는 동안 할아버지는 인근 노인대학으로 향한다.

윤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건 3년 전. 처음엔 가스 불을 켜 놓고 그냥 밖으로 나가곤 했다. 친지의 이름을 깜박깜박하고 냉장고에 잔뜩 야채를 쌓아 놓고도 장을 봐 왔다. 서울과 지방의 요양원에 머물렀지만 적응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강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직접 챙겨 왔다.

강 할아버지는 “내가 아파 병원에 가거나 잠시 집을 비울 때 할망구를 돌볼 사람이 없어 곤혹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올 3월부터 이용한 케어센터는 7월부터 야간(오후 6~10시)에도 가능해지면서 큰 부담을 덜게 됐다. 강 할아버지는 “나처럼 기력이 달리고 자주 아픈 노인이 보호자일 경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작구 성심데이케어센터에서는 야간 서비스 이용자 8명에게 저녁 식사는 물론 목욕까지 해준다. 이 케어센터에서 만난 이창숙(45·회사원)씨는 “맞벌이 부부로 살며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힘에 부쳤다”며 “야간에도 돌봐주는 덕분에 요즘은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에 거주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의 8%가량인 7만여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하지만 수용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서비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많은 이용자의 주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는 116개 사회복지법인·종교단체에서 운영하던 치매노인 주간보호시설 중 47곳을 ‘서울형 데이케어센터’로 인증했다. 이곳들은 낮(오전 9시~오후 6시)뿐 아니라 야간 또는 주말에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매 어르신과 함께 살면서 간병인을 둘 형편은 안 되고 요양병원에 보내자니 마음이 불편했던 가족들을 위한 것이다. 50여 명의 모니터링단이 3년의 인증 기간 동안 위생·경영·인권 분야를 꼼꼼히 살피도록 했다.

47개 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전체 치매 노인의 1.4% 수준이다. 서울시 강병호 노인복지과장은 “올 하반기 33곳을 추가 지정하고 내년 말까지 20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케어센터 정보는 서울시 노인종합포털(http://9988.seoul.go.kr)을 참조하면 된다. 이용료는 한 달에 10만원 내외(주 5일 하루 8시간 기준)다.

글=임주리 기자, 권보람 인턴기자(고려대 심리학과4)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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