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경영학]8.거북선같은 혁신이 필요한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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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순신은 배를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이 터지기 전 거북선같이 뛰어난 혁신제품의 설계와 제작을 주도했다.

이순신의 조카로 수군에 종군한 이분 (李芬) 은 거북선의 탁월성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설사 적선이 바다를 덮을 정도로 많이 몰려온다 해도 거북선이 적의 선단 속을 출입 횡행하면 향하는 곳마다 적이 쓰러졌다.

그리하여 크고 작은 해전 때마다 이 거북선으로 언제나 승리를 거두었다. "

기술자도 아닌 이순신이 어떻게 거북선과 같은 창의적인 제품의 설계와 제작을 주도할 수 있었을까. 이는 이순신이 일본 수군의 강점을 무력화하고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전함 개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기술자들과 함께 거북선의 개발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결과였다.

일본군은 우리에겐 없는 조총을 갖고 있었다.

또 그들은 칼싸움에 능했다.

이순신은 적의 강점인 조총을 무력화하고, 적이 우리 배에 올라와 칼싸움 할 기회를 봉쇄하기 위해 배 위를 목판으로 덮은 거북선을 만들었다.

거북선의 목판 위에는 돛을 올리고 내리기 위한 좁은 십자로를 제외하곤 모두 송곳을 꽂아 사방 어느 곳에서도 적군이 발을 디딜 수 없게 했다.

또 배 안에선 밖을 엿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배 안을 볼 수 없었고, 거북머리와 거북꼬리 부분, 배의 좌우에도 화포를 쏘는 구멍이 있어 적이 거북선을 포위하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거북선은 당시 획기적인 신제품이었다.

우리가 근원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신제품개발.품질향상.원가절감을 위한 기술혁신, 새로운 경영방법을 도입하기 위한 경영혁신, 새로운 판매방법을 활용하기 위한 마케팅혁신,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혁신, 참신한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한 디자인혁신, 애프터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서비스혁신 등 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이순신이 거북선 같은 혁신제품 개발을 주도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기업.대학 등 어떤 조직체든지 성공적인 혁신을 추진하려면 지도자나 책임자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슘페터가 지적했듯이 혁신은 '창조적 파괴' 를 수반해야 하므로 반드시 기존의 것을 없애거나 크게 바꾸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책임자인 기업가나 경영자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혁신 추진 여부와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원배분은 이들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혁신의 중요성에 대한 경영자들의 인식이 높아가고는 있으나 아직도 경영에서 혁신을 우선 추진한다는 '전략적 의지 (Strategic Intent)' 가 미흡하다.

한국 경제는 이미 혁신주도 단계로 진입해야 함에도 경영자들이 아직도 저임금이나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 저원가 전략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가나 경영자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혁신을 주도한다는 전략적 의지를 다져야겠다.

지용희(서강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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