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전문기자리포트]철도망,중복투자 피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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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프랑스 파리에도 지하철 (메트로).전철 (RER) 이 함께 운행된다.

그러나 운행방식은 서울과 사뭇 다르다.

메트로는 모든 정거장 (5백m~1㎞ 간격)에 서는 완행철이고, RER는 주요 거점역.환승역 (3~4㎞ 간격)에만 서는 광역 급행철이다.

서울에도 이같은 광역철도망을 구축해야 할 때가 왔다.

수색~용산간에 지하철 6호선이 먼저 건설되고 있다면 경의선 전철은 당연히 급행철로 계획돼야 한다.

문산.일산지역 승객이 급행으로 서울에 들어와 지하철.버스로 갈아타는 효율적 시스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철도청은 완행 전철을 고집한다.

그 의도는 물론 "서울 시내에 역을 많이 둬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 는 것이지만 결국 지하철.버스.전철이 모두 함께 죽는 '제살깎기식' 투자일 뿐이다.

신공항철도도 마찬가지다.

강북지역을 지하철.전철과 중첩 연결할 필요가 없다.

김포공항에서 한강만 건너 경의선에 붙이든지, 아니면 지하철 5, 9호선에 붙이는 방안이 건설비를 줄일 좋은 대안이다.

그러나 민자사업단.건설교통부는 신공항철도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질까 우려해 이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의 '급행화.신공항철도 직통 연결' 을 극력 반대한다.

이미 완행철로 발표했고, 또 신공항철도와 연결해 봐야 득될 게 별로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지하철 2, 5, 7호선과 군데군데에서 기능이 중복될 완행 9호선은 현 계획대로는 건설 타당성이 별로 없다.

또 9호선이 신공항철도와 직통 연결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ASEM)에 오는 외국인, 강남 공항터미널에서 출국수속을 마친 여행객은 김포공항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그것도 하나는 오른쪽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가, 또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가는 전철로 갈아타는 방식이니 어리둥절해 하지 않을 외국인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직결만 해서도 안된다.

완행 9호선으로는 인천국제공항 승객이 57%나 유발되는 강남지역 접근도를 높이기 어렵다.

결국 신공항철도는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수색~용산~강남' 으로 빙빙 돌기보다 2단계 구간 (김포공항~용산.서울역) 은 유보하고, 지하철 9호선을 주요 환승역만 정차하는 광역 급행철로 건설해 1단계 구간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 과 직결시키는 방안이 최선이다.

이렇게 하면 신공항철도가 여의도.강남을 거쳐 ASEM 회의장까지 1시간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 급행 9호선을 건교부.서울시.신공항철도 민자사업단이 공동 투자해 건설했으면 한다.

강북지역 (용산.서울역.고속철 연결) 으로는 김포공항에서 한강을 건너 경의선에 붙이든지, 아니면 9호선을 노량진에서 기존 철도에 붙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비 절감액만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이상 교통망에 대한 장기 종합계획 없이 부처별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체제가 돼서는 안된다.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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