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축협 권총강도사건 30대 용의자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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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천안시 축협 신방지소 권총강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용의자로 柳모 (33.경기도안산시사동) 씨를 지목, 추적하고 있다.

경찰이 柳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이유는 ▶범인이 범행에 이용한 승용차 안에서 柳씨의 얼굴사진과 명함.휴대폰이 발견됐고▶주민과 택시기사 등 목격자들도 범인과 柳씨가 동일인이라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柳씨가 지난해 6월부터 경기도광명시에서 축협 우유대리점을 운영하다 지난 2월 부도를 낸 뒤 축협이 불량우유를 제공해 사업에 실패했다며 서울 민사지방법원에 축협을 상대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柳씨가 과거 강원도의 한 축협지점에서 3천만원을 대출받았다가 갚지 못해 고민해 왔다는 柳씨 아버지 (65) 의 진술과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금융기관에서 하는 일이 옳다고 보느냐" 는 메모 등으로 미뤄 축협에 대한 원한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47분쯤 충남천안시신방동 학산빌딩 1층 축협 신방지소에 미제 45구경 권총을 휴대하고 얼굴에 복면을 한 30대 남자가 침입했다.

범인은 점포에 들어가 천장에 권총 1발을 쏜 뒤 창구로 올라가 직원들에게 빈가방을 던져주며 돈을 담으라고 요구했다.

범인은 다시 실탄 3발을 발사, 직원 孫병기 (28).朴은경 (28.여) 씨에게 중상을 입힌 뒤 직원이 담아준 현금 1천여만원을 갖고 축협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범인은 대기시켜 둔 흰색 세피아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다 축협지소에서 1.5㎞ 떨어진 천안시용곡동 남부대로변 하수구에 추락했다.

범인은 이어 부근에 있던 군청색 세피아승용차에 돈가방을 옮겨싣던 중 주민 金모 (46) 씨에게 들키자 택시를 타고 오산역까지간 뒤 행방을 감췄다.

경찰조사 결과 흰색 세피아승용차는 도난차량이고 군청색 승용차는 용의자 柳씨 아버지의 소유로 확인됐다.

군청색 승용차 안에서는 柳씨의 사진.명함.휴대폰, 권총과 실탄 2발, 현금 3백만원이 발견됐다.

범인이 사용한 권총 (총기번호 APR201895) 은 미국 콜트 (COLT) 사가 1895년 제작한 것으로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희귀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안 = 최준호.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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