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히 가셨다” … 권노갑 등 동교동계 ‘상주’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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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와 주셔서 감사하다.”(이희호 여사)

“겹쳐서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났다. 흔들리지 마시고 강해지셔야 한다.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권양숙 여사)

석 달 사이 잇따라 세상을 떠난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부인들이 만났다.

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오후 9시쯤 아들 노건호씨와 함께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 이광재 · 서갑원 의원,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친노 인사 30여 명과 함께였다. 권 여사는 이 여사에게 “경황이 없어 그동안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후 5시40분쯤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희호 여사는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로 와 헌화하고 분향했다. 이 여사는 분향 내내 눈물을 흘렸다. 뒤이어 첫째 아들 김홍일씨가 휠체어를 탄 채 헌화했다. 홍업·홍걸씨가 뒤를 이었다. 며느리와 손자, 가족들도 영정 앞에 절을 올렸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박진 ·정양석 의원, 상도동계 인사들과 함께 헌화를 했다. 뒤이어 정세균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권노갑·한화갑·한광옥·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차례로 인사를 올렸다. 권노갑 고문 등은 이후 김홍업 전 의원 등과 함께 상주 자리에 섰다.

오후 6시부터는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상주 중 말석에 섰다. 이후 정세균 대표가 김옥두 전 의원과 정동영 의원 사이로 들어와 8명이 상주 역할을 했다. 전·현직 정치인, 조계종 원로 월주스님과 조화순 목사 등 종교인, 고은 시인과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문화·학계 인사 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9박10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출국 전 조문했다. 그는 이희호 여사의 손을 맞잡고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고 위로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너무 애통하다. 의지가 강하신 분이라 훌훌 털고 일어나실 줄 알았다”고 했다. 이해찬 전 총리는 “ 나라를 위해 평생을 던진 어른을 이제 뵐 수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인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생을 살피는 일이 남은 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도 다녀갔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등 각계 인사들의 조화도 빈소 안팎을 가득 메웠다. 빈소를 찾은 일반 시민도 수천 명이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19일 오전 9시부터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백일현·정선언·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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