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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소 기술 경쟁서 살아남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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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미국에선 석유·석탄·천연가스·원자력·재생에너지 등이 연간 1조 달러어치 이상 소비된다. 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집·가게·공장·자동차 등에 대한 지출 규모도 비슷하다. 한 해 에너지 관련 분야에 약 2조 달러가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청정 에너지 측면에서 미국은 세계를 선도하기는커녕 중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청정 에너지 기술과 시장을 개발하려는 중국의 노력은 놀라울 정도다. 중국 자동차는 미국 차보다 연료 효율이 3분의 1 이상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청정 에너지 분야 투자 규모도 미국의 10배나 된다. 중국은 2020년까지 총 120기가와트의 풍력 발전 시설 을 건설하는 데 착수했다. 현재 전 세계 풍력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다.

미국은 아마존·e베이·구글·마이크로소프트·야후 등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인터넷 기업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풍력 발전은 상위 5개 기업 중 하나만 미국 회사다. 10대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 중엔 한 곳, 10대 고성능 배터리 회사 중엔 두 곳이 미국 회사일 뿐이다. 그런데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미국 정부의 에너지 및 기후 정책은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저이산화탄소 에너지를 중시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지 않고 있다. 에너지 수입을 위해 한 해에 수천억 달러가 지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없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몇 가지 기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저이산화탄소 에너지의 가치를 꾸준히 알려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값을 치르게 하고, 총 배출량도 규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효율성이 높은 건물이나 차를 갖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연구 개발 투자도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미국의 청정 에너지 연구 개발 투자는 연간 25억 달러에 불과하다.

올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저이산화탄소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세계 기후회의가 열린다. 일각에선 중국보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고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 아직 선두로 나설 기회는 있다. 미국의 강점,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이끌어낼 저이산화탄소 정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제프 이멜트 GE 회장
정리=이상언 기자 [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