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미흡하면 경영권 박탈”강봉균 경제수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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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5대 그룹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은행의 부실채권이 추가로 생길 경우 공적 자금을 필요한 만큼 투입, 이를 정리해주기로 했다.

대신 구조조정 노력이 소홀한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을 통해 여신 중단.회수에 나서는 것은 물론 사주 (社主) 의 경영권도 박탈하기로 했다.

5대 그룹 등 기업들이 은행과 약속한 구조조정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

지 않을 경우 은행을 통해 여신 중단.회수에 나서고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이 부도가 나 이 기업에 대한 은행대출이 부실화되면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1일 "5대 재벌을 포함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경우 은행의 추가 부실채권 발생은 불가피하다" 며 "이로 인해 기업 구조조정이 제약받지 않도록 추가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공적 자금을 최대한 지원, 정리해줄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져 조달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재원 조달엔 문제가 없다" 며 "은행을 볼모로 기업들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여신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은 36조원이며 3개월 미만 연체된 요주의 여신 67조원을 합치더라도 총 1백3조원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요주의 여신 모두가 부실채권이 돼도 금융 구조조정용 국공채 64조원 가운데 아직 발행하지 않은 28조1천억원에다 40조~50조원만 더 발행하면 정리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계산이다.

이 경우 추가 발행하는 국공채 이자를 재정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최근 국공채 발행금리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12~13%의 절반 수준인 7%대로 떨어져 추가 재정부담 없이도 발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한편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한국경영자협회 초청 강연회에서 "대기업들이 약정 이행을 지연하거나 위배할 경우 채권금융기관이 즉각 개입하는 책임성을 확립하겠으며, 심할 경우 금융기관이 경영권을 박탈하는 것도 가능할 것" 이라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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