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한국 대표 문양 새기니 한벌에 2백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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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고유의 문양을 청바지에 디자인해 200만원에 수출하는 강기옥 디자이너.오른쪽에 보이는 드레스는 청바지 기지에 십장생을 디자인한 것으로 1000만원 넘게 팔렸다.

"가장 한국다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입니다.비록 청바지 소재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궁중복 문양이나 십장생을 수를 놓았던 것이 외국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 패션계에 '오리엔탈 데님(청바지 재료)'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기옥(48) 디자이너.

그는 데님에 한류(韓流)를 접목해 세계 최고급 청바지 메이커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데님에는 다보탑.십장생.백자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양을 직접 수(繡)놓아 예술작품을 방불케 하는 옷을 만들어 낸다.주문을 받아 한달에 100~200벌 정도 제작한다.

▶ 이효리가 입어보인 강기옥씨의 청바지 상의 작품

십장생 수를 놓은 데님 드레스는 한벌에 무려 1000만원에 수출하기도 했다. 물론 크리스탈과 금실 등 값비싼 세공이 들어갔다. 수출품 청바지의 경우 한벌에 1800달러(210만원)나 한다. 디자인이 한국적인 기품을 살리고 있어 외국 고객들로 부터 독특하고 고급스럽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는 "주 고객은 한국의 전통미에 심취한 외국의 30,40대 부유층"이라며 "외국인들은 청바지 소재지만 디자인이 좋아 파티복으로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청바지 수준을 파티복으로 까지 끌어올린 그의 아이디어는 대학(홍익대 산업미술)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나왔다. 작품구상을 하던중 우연히 십원 짜리 동전에 새겨진 다보탑을 보고 청바지에 수를 놓을 생각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청바지가 곧 가장 국제경쟁력이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지난달 홍콩에서 열린 '2005년 봄.가을 패션쇼'는 성공의 무대였다. 그곳 패션가로 부터 100억원 상당의 수출 요청을 받았다.올해만 20억원 정도 수출할 계획이다.

패션 본거지인 이탈리아에도 그의 청바지가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부터 이탈리아의 10여개 멀티 숍(여러가지 브랜드를 모아 파는 점포)에서 '강기옥 어번룩'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한다.

그는 평생을 디자인과 함께 해왔다.고등학교 졸업 후 들어간 국제복장학원이 디자이너의 첫 발걸음이었다. 1979년 양품점'강 모드'를 설립했고 88년에는 내수 전문 의류 업체인'강기옥 뷰틱'을 만들었다.

오리엔탈 데님은 뒤늦게 배움을 시작하면서 눈을 떴다.서른 아홉에 대학에 들어갔고 내친 김에 대학원까지 줄달음 쳤다.

그는 "수출에 주력하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바이어 상담 등에도 신경써야 해 힘들 때가 많지만 한국의 전통 문양을 세계로 알린다는 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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