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연기 배경]'YS증언' 여도 야도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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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세형 (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이 경제청문회의 내년 개최 (1월 8일) 를 공식화했다.

'연내 마무리' 를 입버릇처럼 외쳐왔지만 정치환경이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시간적으로 연내에 끝내기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이유를 댔다.

연말에 무리해서 강행하느니 내년 초 새로운 분위기 속에 30일간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12월 8일 청문회를 개시키로 했던 최고 정치지도자 (김대중 - 이회창) 사이의 문서를 통한 합의는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물론 한나라당이 청문회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졌던 것이 청문회 연기의 주요 원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청문회가 이런 후진적 정치행태나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연기됐다고만은 보기 어렵다.

여야는 겉으로는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 청문회 특위의 구성문제" 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YS증언 문제' 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서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연기된 것이다.

YS증언은 내년 정국의 화두가 될 정계개편의 뇌관으로 여겨진다.

우선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여권핵심은 부산.경남의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민주계 의원들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민주대연합' 의 정치구상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민주계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YS증인채택을 무리하게 강행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내부적으로 비디오 증언같은 간접방식이나 아예 '대국민 사과성명' 정도로 잔뜩 수위를 낮춰 놓은 것도 이런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계의 동향에 신경쓰이긴 이회창총재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외우내환 (外憂內患) 이 겹치는 판에 YS증인채택을 선뜻 합의해 줬다가는 민주계의 대반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대연합 구상을 무산시키는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민련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현장증언을 계속 고집하고 있는 것도 결국 내년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계산 때문이다.

이밖에 온 국민의 에너지가 집중될 청문회가 호전기미를 보이는 경제흐름의 맥을 끊을지 모른다는 판단도 연기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격변이 예고된 내년 정국을 두고 각 정파의 이해계산법이 다른데다 경제변수도 만만치 않아 경제청문회가 용두사미 (龍頭蛇尾)가 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아예 안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잡혀나갈지도 청문회 협상 및 진행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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