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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얼굴없는 암행감찰반 활약상 막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얼굴없는 저승사자들 - ' . 서울시 감사관실의 별동조직인 '암행감찰반' 에 대한 시 공무원들의 별칭은 이렇게 무시무시하다.

서울시 자체가 금품수수.접대향응받기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저질러지는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로 '복마전 (伏魔殿)' 이란 '오명' 을 얻고 있는 점에 비춰 걸맞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들의 활동은 비리숫법만큼이나 귀신같아 때론 007영화를 방불케 하고 그 대상도 본청은 물론 25개 자치구청.40개 산하 사업소와 6개 지방공사를 망라한다.

주로 공직생활 3~10년차의 의협심이 특히 강한 7~9급이 대부분으로 3인 1조로 움직이는 이들 '저승사자' 는 모두 15명. 이들은 실.국장등 고위직서부터 말단 하위직의 민생부조리에까지 안테나를 뻗치고 있다.

이들의 활약상 가운데 지난 설날 산하사업소 부장 (4급) 이 2백만원의 떡값을 업자로부터 받는 장면을 덮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 과장 (사업소는 부장) 들의 경우 일반직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자리가 배치돼 사무실에서 버젓이 금품을 수수하는 일이 잦다는 첩보에 따라 감사요원이 대목을 앞두고 TV수리원을 '사칭' 해 금품수수현장을 잡아내는데 성공했다.

또 시 산하 모 공영주차장에서 최근 자동 주차관리용 차단기를 수동으로 조작해 주차요금을 착복해온 공무원을 붙잡을 때는 망원경과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한 경우. 이밖에 고전적인 기법이기는 하지만 청사주변의 다방.문방구.편의점 등을 통해 '잔챙이' 비리현장을 잡아낸 것은 부지기수. 특히 관공서 인근 문구에서 봉투를 사는 민원인은 십중팔구 공무원에 돈을 건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특별수당도 없이 비리현장을 누비는 이들이 적발해 내는 크고 작은 공직비리는 한달에 줄잡아 2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달 6일 낚지 않아도 될 대어를 낚는 큰 '실수 (?

)' 를 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의 업무를 감사하기 위해 나온 감사원 감사관 (5급) 이 건설업체 사장으로부터 2백만원을 받는 현장을 서울시공무원인줄 알고 붙잡아버렸던 것. 때문에 상급자들로부터 "괜히 감사원을 건드려 보복감사 받게 생겼다" 는 핀잔 (?) 까지 들을 지경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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