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적절한 조치'외국인들 대부분 긍정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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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부의 대기업 개혁 방안에 대한 해외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제금융계의 신뢰 회복과 한국경제의 재도약에 꼭 필요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대한 비판론과 정부.재벌간 합의사항이 제대로 실천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 미국 = 뉴욕타임스지는 5대 재벌이 정부의 압력에 밀려 계열사를 절반 이상 줄이기로 했으나 그 시한은 못박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소위 빅딜은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고, 특히 삼성으로서는 과잉투자의 상징이었던 자동차사업을 내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빅딜의 실질적인 효과에는 의문도 제기된다" 고 전했다. 뉴욕 소재 뮤추얼 펀드인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헨리 세거먼 사장은 "아주 야심적이고 고무적인 조치" 라고 평가했다.

◇ 아시아 =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김대중 대통령이 한때 자신이 저항했던 독재자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경제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朴전대통령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이번 합의는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될뿐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 독과점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아사히(朝日) 신문은 "金 대통령이 취임전부터 강조해온 대그룹 개혁의 기본틀이 완성됐다. 앞으로 합의내용 실천과 실업문제 해결이 최대 과제" 라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향후 재벌간 구체적인 사업교환 교섭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했으며,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제 재벌의 시대는 끝났으며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이끌어 가는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의 길을 열었다" 고 높이 평가했다.

도시바(東芝) 등 일본 반도체업계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병해 가격공세를 펼칠 경우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일본 메이커들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 유럽 =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이번 합의로 재벌이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나 이것이 자동적으로 이들의 부채나 과잉생산을 줄이는데는 기여하지 않을 것이다. 노조의 저항도 우려된다" 고 분석했다.

뉴욕.도쿄 = 김동균.오영환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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