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대통령앞서 뚜껑열린 재벌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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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주에도 몇가지 괜찮은 조짐들이 있었다.

가장 의미있는 일은 지난 주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원화표시 국채에 대해 첫 신용평가를 하면서 등급을 '투자적격' 으로 매긴 것이다.

물론 더욱 중요한 외화표시 국채의 신용등급이 여전히 '투자부적격' 수준인데다 무디스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등 미국계 신용평가기관들의 평가자체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갖는 현실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는 내년의 본격적인 신용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낭보(朗報)임에는 틀림없다. 또 유럽 주요국가들이 일제히 금리를 인하한 것도 주목해 볼 사안이다.

그동안 미국의 잇단 금리인하에 소득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유럽국가들이 공동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위축을 차단키 위한 선진각국의 정책공조를 원칙적 찬동 수준이 아닌 현실적 정책으로 확인시켜준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은 우리 경제가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수출시장 확대와 외국자본 유치라는 두가지 점에서 중요한 호재며 지난 주말장이 한껏 달궈진 것도 그런 기대감의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주 최대관심사는 두말할 필요없이 5대재벌의 사업구조조정이다. 우선 주초 대통령 주재로 정.재계간담회가 열리며 오는 15일 까지 5대그룹은 주채권은행들과 7개업종의 빅딜을 포함한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도록 되어있다.

'재벌개혁' 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내 최대의 국정과제' 로 성격을 규정한 뒤 '완벽한 합의안' 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어 더 이상 차일피일할 수 없는 상황이며 그 내용도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중 하나가 이미 보도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며 조만간 그에 버금가는 사업교환, 계열분리, 매각.청산 등 다양한 구조조정안들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중 특히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워크아웃에 어떤 기업들이 최종 선정되느냐 하는 것이다. 금감위는 이와 관련해 '사업전망은 밝으나 현재 부채비율이 높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간판기업' 이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5대그룹은 지난주 이미 워크아웃 대상기업을 신청했지만 금감위는 대부분이 '기준미달' 이라며 부정적인 반응를 보임에 따라 재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관련 각 그룹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워크아웃이 자칫 경영권박탈로 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은행이 출자전환을 한다해도 그 지분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점을 밝히고 있지만 당사자들로서는 그런 '언질' 만으로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하튼 임박한 5대그룹의 구조조정은 국내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한 만큼 경제면을 더욱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겠다.

박태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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