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서 또 “의원직 사퇴 철회”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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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의원들이 정세균 대표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집단 제출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며 당내에서 ‘사퇴 철회’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 80여 명은 지난달 24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단독 처리에 반발해 정 대표에게 “처리를 일임한다”며 사퇴서를 제출했었다.

민주당 원로의원 모임인 ‘민주 시니어’ 간사 김성순(재선·서울 송파 병) 의원은 17일 본지에 “당시 지도부가 사퇴서 제출을 강하게 권고했으나, 강하게 거부하며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9월 정기국회가 내일 모레인데 사퇴서를 대표에게 맡겨 놓고 의원 활동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의원직 사퇴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의원직은 국민이 뽑아 준 것이며, 마음대로 사퇴할 자리가 아니다”며 “정부가 탱크 몰고 국회를 장악한다면 모르지만,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나처럼 사퇴서 제출을 거부한 의원이 소수지만 있으며, 지금은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이 많아진 상태”라며 “이제는 장외투쟁을 줄여 가면서 정기국회 준비에 들어갈 때”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재선 조경태(부산 사하 을) 의원도 13일 “의원들이 사퇴서를 정 대표에게 맡겨 놓고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건 이율배반적 행위란 게 국민들 여론”이라며 “정 대표는 사퇴서를 되돌려주라”고 주장했다. 그 역시 “‘당이 양치기 소년이 되면 안 된다’는 소신에서 사퇴서 제출을 반대하며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주장에 대해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은 “지금은 사퇴 철회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부터 해야 철회를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 사표 수리 여부에 즉답 피한 김형오 국회의장=김 의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대표의 사퇴서를 수리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자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되물었다. 의장실 주변에선 “정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김 의장의 섭섭함이 묻어난 것”이라 풀이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한 것을 놓고 “역대 최악의 국회의장”이라며 맹비난했었다. 김 의장의 지역구(부산 영도)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미디어법은 정부여당이 책임질 사안인데 자꾸 의장을 비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게 의장의 생각”이라 전했다. 한편 지난달 23, 24일 김 의장에게 사퇴서를 낸 민주당의 정 대표와 천정배·최문순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철수시키고 세비도 수령하지 않고 있다. 국회 측은 “세 의원의 8월분 세비를 ‘보관금’ 계좌에 적립했으며, 3년 뒤까지 찾지 않으면 국고에 환수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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