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리 잇따라 인상 … 가계·기업 상환 부담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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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타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고시금리가 속속 인상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17일부터 기존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를 연 2.71~4.41%로 조정했다. 일주일 전보다 0.03%포인트 오른 것이다.

우리은행도 기존 대출자에 대해 전주보다 소폭 오른 연 3.35~4.65%를 적용한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 10일 연 2.42%에서 14일 2.47%까지 오른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자를 포함해 새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앞으로 CD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이들의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변동형 대출 위험 관리해야=금리가 오르는 시기엔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은 CD 금리에 연동하는 변동형이다. 이유는 당장 적용받는 금리가 변동형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의 변동형 대출금리는 연 5%대 중반이지만 고정금리 대출은 연 7% 중후반이다. 고정형 대출 금리가 2%포인트 정도 더 높다. CD 금리가 단번에 2%포인트 오르지만 않는다면 아직도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위험 관리는 해야 한다.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은행이 연 2%인 기준금리를 올리고, 이에 따라 시중금리와 대출금리가 동반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기와 폭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은행권 대출담당자들은 대출 상환 능력을 좀 더 보수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수입으로 받을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대출 규모를 다소 줄이는 게 좋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개인여신부 고광래 팀장은 “상환 능력을 잘 따져보고 갚을 수 있는 수준까지만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변동형으로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들도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거나 저축을 늘려 금리가 오를 때 늘어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미리 확보해두는 게 좋다.

◆고정형 대출은 빨리 받아야=고정금리형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대출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대출 기간 중 계약 당시 금리가 고정되는 고정금리 대출의 특성을 감안할 때 금리가 낮을 때 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집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라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보금자리론의 경우는 아직 신규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이재형 과장은 “고정금리 대출을 원한다면 보금자리론이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출금리도 10년 만기(e모기지론 기준)가 연 5.7~5.9%, 15년 만기가 연 5.8~6%다. 하지만 공사 측도 시중금리가 계속 높아지면 보금자리론의 금리(신규)를 올리는 것을 검토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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