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청문회 출두 여 압박 계속 야 내부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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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영삼 (金泳三.YS) 전대통령을 경제청문회 증언대에 세우는 문제 때문에 여야의 청문회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민회의.자민련은 YS의 증인채택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위한 압박을 가속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그렇다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도 청문회에 불러야 한다" 고 반격을 가하는 참이다.

YS측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쪽에 '청문회 증언 절대불가' 방침을 전달해놓은 상태에서 'YS증언 협상' 은 여론향배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회의.자민련 =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번 경제청문회를 의도대로 이끌기 위해 전략을 거듭 손질하고 있다.

여권의 기본방침은 국민을 도탄에 빠뜨린 환란의 근본책임이 YS와 한나라당에 있음을 부각한다는 것. 경제난이 장기화함에 따라 여론의 화살이 차츰 현 정부로 옮아가는 현상을 차단키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여권은 청문회 초점을 YS를 정점으로 한 과거 정책결정자들의 판단 잘못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여권은 청문회의 극적효과를 높이고, 알맹이 없는 요식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YS부자의 출석, 또는 증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접방식을 포함한 증언방법은 계속 논의한다는 정도의 여지는 두고 있다.

문제는 감옥에 가는 한이 있어도 증언대엔 설수 없다는 YS를 굴복시키는 것. 여권은 일단 청문회를 개장한 뒤 거센 여론을 등에 업고 YS 증언을 관철한다는 '다단계 전략' 을 짜놓았다.

여권은 청문회가 개시되면 당시 정책결정자들이 최종책임을 YS에게 미루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YS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 한나라당도 어쩔수 없게 될 거라는 계산이다.

따라서 현재 청문회 준비단계에서부터 YS 증인채택을 굳이 확정짓지 않고 일단 청문회를 가동시킨 뒤 상황이 무르익으면 YS를 불러내겠다는 게 여권의 전략인 것이다.

여권은 이밖에 한나라당측 '물타기 작전' 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하느냐에 청문회의 승패가 달렸다고 본다.

한나라당측 요구대로 현 정부의 경제정책까지 도마위에 오르면 초점이 흐려져 의외의 결과를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다.

때문에 여권은 반드시 환란중심으로 청문회 의제가 설정되도록 야당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문회 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청문위원 수도 반드시 국회 의석비율로 여대야소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칙이 무너질 것이라면 차라리 단독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청문위원장에 집착하는 것은 채택된 증인이 소환에 불응할 경우 위원장이 증언감정법에 따른 형사고발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회의 수뇌부가 뜸하던 한나라당 서상목 (徐相穆)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곧 처리할 수 있다" 며 새삼 거론하는 것도 대야 압박카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 = 김영삼 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출석에 반대해온 한나라당 내부 한쪽에서 역풍이 일고 있다.

"굳이 구 (舊) 정권을 보호하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다" 는 반론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기류를 주도하는 축은 대구.경북 (TK) 지역 의원들이다.

부총재단 인선에서 소외되면서 차오른 반감까지 겹쳐 있다.

TK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역의 '반 (反) YS' 정서에 따른 것이다.

이른바 문민정권 5년 동안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됐고, 이곳 출신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이 '단죄 (斷罪)' 당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전직대통령을 둘씩이나 감옥에 보내놓고 자신은 청문회조차 안나오겠다는 거냐" 는 분위기다.

특히 全전대통령이 합천 성묘길에 YS정권에 의해 강제연행됐던 기억이 진한 앙금으로 남아 있다.

주진우 (朱鎭旴.고령 - 성주) 의원은 29일 "YS를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것이 경북의 일반적 지역정서" 라고 전했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로서는 난처한 상황을 맞게 된 셈이다.

96년말 당시 야당총재로 노동법 처리에 반대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도 함께 불러내야 한다며 사실상 YS의 출석에 반대해온 터다.

거기엔 "YS를 (청문회에) 불러내면 李총재와의 관계가 심각해질 것" 이라는 부산.경남 (PK) 민주계출신 의원들의 압력이 크게 작용해왔다.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한쪽 세력과의 갈등은 감수해야 한다.

자칫 TK와 PK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쪽 모두에게 비난받을 수도 있는 처지다.

李총재측은 일단 '정치공세성 청문회 불용 (不容)' 이란 입장을 고수할 작정이다.

하지만 YS의 출석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커질 경우 입장을 바꿔야 할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TK지역 중진의원은 "이번 기회에 과거 정권과의 '고리' 를 끊지 못하면 李총재의 정치생명은 끝장날 수 있다" 고 으름장을 놓았다.

청문회 협상이 막판으로 흐를수록 YS증인 채택문제는 여야간 협상보다 한나라당내 이견 절충이 열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

남정호.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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