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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정유 노조 복귀선언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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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단국대에서 농성 중인 LG칼텍스정유 노조원들이 6일 등짐을 꾸린 채 회의를 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향하고 있다. [하재호 대학생명예기자(후원 Canon)]

LG칼텍스정유 노조가 6일 오후 전격적으로 직권중재 철회와 공권력 철수 등의 조건을 내걸고 파업을 철회했다. 노조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회사 측의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사업장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버텨왔다.

◇노조 왜 복귀 선언했나=평균 연봉 6920만원(회사 측 주장)의 고소득 근로자 파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가웠다. 노조는 집회 장소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파업에 돌입한 노조는 조선대에서 집단 농성을 벌였으나 학교 측의 철수 요구로 지난 4일 밤 순천대로 이동해야 했다. 순천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학 구내에 무단 진입했던 노조는 5일 서울로 올라와 단국대로 향했다. 하지만 단국대 측도 진입을 불허하자 후문으로 교정에 들어가는 등 따가운 시선을 체감해야 했다. 특히 지난 1일 고(故) 김선일씨의 참수 장면에 빗대 LG정유 허동수 회장을 패러디한 공연은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미복귀 노조원에 대한 대량 해고를 경고한 사측의 강경한 입장도 노조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회사 측은 신규 인력 충원 계획 등 사후 대책까지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과거 파업 때와는 달리 '파업-공권력 투입 해결-선처'라는 공식이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여수 시민들도 지역 상권의 위축을 우려하며 파업을 비난하고 나서자 사면초가에 몰린 노조는 결국 주장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남은 과제도 산적=이번 파업을 이끌었던 주동자들의 민.형사상 책임 문제가 남아 있다. 노조 집행부 9명은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사측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에는 파업 주동자 62명에게 징계위원회 회부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징계위에 회부된 파업 주동자에 대한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측은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내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안에 대한 노조의 수용 여부도 관심사다. 중노위는 지난달 23일 기본급 4.5% 인상, 주 40시간(4조3교대) 근무를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사측은 임단협이 이미 끝난 상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노노(勞勞)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노조 홈페이지에는 파업 불참 노조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었다.

◇여수 시민 반응=전남 여수시 쌍봉동에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근(56)씨는 "불황에다 파업까지 겹쳐 손님이 하루 평균 다섯 팀도 안 돼 종업원들 월급 주기도 힘들었는데 노조원들이 일터로 돌아와 이젠 장사가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파업 중단을 요구하며 시가행진까지 벌였던 시민사회단체들은 노조원들의 업무 복귀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동안 파업 참여자와 불참자 노조원들 간에 빚어졌던 갈등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익재.손해용 기자, 김성민 인턴기자, 여수=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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