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한국시100인전'…최남선등 주요서적 한자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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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화구(畵具)를 손에 든 채 말간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상의 흑백 사진, 한글 세대에겐 쉽게 해독 안되는 한문 문헌이지만 맨 마지막 '韓龍雲' 석자만으로도 글씨 주인의 강직한 개성을 떠올리게 하는 필체, 마치 3색 목판화같은 소박한 디자인의 40, 50년대 시집들….

지난 19일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막된 '최남선에서 윤동주까지 - 일제하 한국시 100인전' 에서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현대문학 사료전시관인 동서문학관(경기도 의왕시 소재.이사장 전숙희)과 아트선재센터(관장 정희자)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전시는 일제하에 활동한 1백명의 시인을 선정, 이들의 필적 17점.시집 및 주요 저서 1백60권.관련사진 50여점 등을 한 자리에 모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이상의 시 '선에 관한 각서' 를 시각화한 아크릴 작품처럼 현대적인 전시물도 없지 않으나 대개는 빛바랜 사료들. 그 바랜 맛이 요즘 출판된 말끔한 활자로는 전하기 힘든, 당대 시인들의 체온을 느끼게 한다.

곧 방학맞는 학생들에게는 교과서 속에서만 만난 시인들을 살갑게 사귀어 볼 기회다.

전시기간은 내년 1월14일까지. 02 - 733 - 8945. 입장료 일반 1천원, 단체 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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