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님은 지난 5일 롯데와의 사직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김해님의 선발 등판은 이번 시즌 12번째. 이 경기 전까지 4연승을 올릴 정도로 날카로운 구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김해님의 투구는 이날도 위력적이었다. 최고 시속 145㎞의 직구와 133㎞의 슬라이더를 뒤섞어 롯데 타선을 침묵시켰다. 5.2이닝 4안타 무실점의 호투. 결국 김해님은 2-1 승리를 이끌며 5승째를 올렸다.
이런 훌륭한(?) 투수가 왜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을까. 나이로 볼 때 신인도 아닌데-. 그 이유는 바로 김해님이 선발투수로는 '중고 신인'이기 때문이다.
1997년 인하대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김해님은 '붙박이' 중간계투였다. 데뷔 첫해 41경기에 나갔지만 선발은 단 한차례뿐이었다. 던진 이닝을 다 합쳐도 60.1이닝밖에 안 됐다. 1이닝 이상 던진 경우가 드물었다. 이듬해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무려 4년을 뛰었지만 고작 249.2이닝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이도저도 안 풀릴 때 20대 남자들은 군대를 택한다. 김해님도 그랬다. 2001년 2월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4월 전역했다. 그러나 제대와 동시에 마음을 독하게 먹은 그는 1군 대신, '특훈'의 길을 택했다. 2군에서 1년간 '칼날'을 간 것이다. 바로 이 효과가 이번 시즌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고졸 신인 송창식과 '회장님' 송진우를 빼곤 믿을 투수가 없어 고심하던 한화 코칭스태프는 김해님 덕분에 웃음을 찾았다. 5일 현재 한화 투수 중 5승 고개를 넘은 사람은 이들 세명뿐이다.
김해님은 "요즘 몸쪽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가 잘 되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며 "선발로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