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마운드 '김해님 햇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프로야구 한화의 마운드를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고마운 햇살을 안겨주고 있는 해님은 다름 아닌 김해님(29)이다.

김해님은 지난 5일 롯데와의 사직 원정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김해님의 선발 등판은 이번 시즌 12번째. 이 경기 전까지 4연승을 올릴 정도로 날카로운 구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김해님의 투구는 이날도 위력적이었다. 최고 시속 145㎞의 직구와 133㎞의 슬라이더를 뒤섞어 롯데 타선을 침묵시켰다. 5.2이닝 4안타 무실점의 호투. 결국 김해님은 2-1 승리를 이끌며 5승째를 올렸다.

이런 훌륭한(?) 투수가 왜 팬들의 뇌리에 남아 있지 않을까. 나이로 볼 때 신인도 아닌데-. 그 이유는 바로 김해님이 선발투수로는 '중고 신인'이기 때문이다.

1997년 인하대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김해님은 '붙박이' 중간계투였다. 데뷔 첫해 41경기에 나갔지만 선발은 단 한차례뿐이었다. 던진 이닝을 다 합쳐도 60.1이닝밖에 안 됐다. 1이닝 이상 던진 경우가 드물었다. 이듬해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무려 4년을 뛰었지만 고작 249.2이닝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이도저도 안 풀릴 때 20대 남자들은 군대를 택한다. 김해님도 그랬다. 2001년 2월 상무에 입대해 지난해 4월 전역했다. 그러나 제대와 동시에 마음을 독하게 먹은 그는 1군 대신, '특훈'의 길을 택했다. 2군에서 1년간 '칼날'을 간 것이다. 바로 이 효과가 이번 시즌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고졸 신인 송창식과 '회장님' 송진우를 빼곤 믿을 투수가 없어 고심하던 한화 코칭스태프는 김해님 덕분에 웃음을 찾았다. 5일 현재 한화 투수 중 5승 고개를 넘은 사람은 이들 세명뿐이다.

김해님은 "요즘 몸쪽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가 잘 되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며 "선발로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