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추가발사 추진배경]핵압박에 또 무력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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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발하는 것은 비단 평북의 지하 핵시설 의혹뿐 아니라 지난 8월에 이은 함북 무수단 기지에서의 북한 대포동1호 미사일 추가발사 움직임 때문으로 전해진다.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3일 미사일 2기를 싣고 평양교외의 미사일 제조창을 빠져나온 '마흐53트럭' 등에 대한 위성사진과 관련첩보를 종합분석한 결과 추가발사가 임박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한 정보실무책임자는 "북한의 움직임은 준 (準)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대포동미사일의 사거리 (1천5백50㎞) 연장을 위한 실험으로 추정된다" 면서 "그러나 북한이 주장해온 인공위성 실용화를 위한 발사실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가 "북한이 8월 31일에 이어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두번째 미사일 발사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고 언급한 것도 이번 무수단 기지의 발사준비를 지목한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정보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최소한 두 곳에 대포동1호 발사시설 (연고동 지역) 과 단거리 노동미사일 생산을 강화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무튼 사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미.북 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는 경고로 이어졌다.

한.미 양국 정부는 또 이러한 미사일 실험 움직임 자체 못지않게 이를 내비친 시점과 의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신들의 행동을 상대방이 손금보듯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북한의 '보란 듯' 한 행동은 미 정부의 핵압박을 미사일 추가발사 위협으로 피해가려는 전략을 세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어차피 한반도 긴장을 우려한 한국측의 '신중함' 이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되레 강공을 편다는 관측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9월 15일부터 10월말까지 인민무력성 간부 50명으로 구성된 '군국가판정검열단' 을 통해 유류비축.사상검열 등 전군의 전투동원태세를 점검했으며 최고사령관 김정일 (金正日) 도 공군사령부와 일선 군단지역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군사행동을 부쩍 늘렸었다.

결국 예의 벼랑끝 전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지난 6월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미사일 수출은 외화획득을 위한 것" 이라고 밝힌 이후 미사일을 제2의 핵카드화하려 시도하는 북한은 최근엔 미국측에 미사일 수출포기 대가로 3년에 걸쳐 연간 10억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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