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각서 “지금은 등원할 때”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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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이 ‘미디어법 통과 무효’를 주장하며 4주째 장외투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당내에서 등원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민주당 조경태(부산 사하을·재선) 의원은 13일 “미디어법 하나에 목숨을 걸고 장외에서만 있을 수 없다”며 “지금은 등원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세균 대표는 “언론악법이 무효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고수 방침을 분명히 했다.

◆조경태의 직격탄=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는 9월 1일 열리는 정기국회에 정상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4대 강 사업이라든지 비정규직 문제와 같은 현안에 대해 대안도 내놓고, 비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미디아법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만큼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며 “국민에게 미디어법의 문제를 알리는 운동도 하되 장외에서만 떠돌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17일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서를 정 대표에게 맡겨놓은 상황에서 인사청문회에 참여하는 건 이율배반적 행위라는 게 국민들의 대체적 여론”이라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인사청문회 전에 의원직 사퇴서를 의원들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최근 주장한 ‘이명박 정부의 호남 인사 홀대론’에 대해서도 “지난 6년간 민주당에서 영남 인사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이) 한나라당이나 정부 인사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지금도 당은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박지원 정책위의장 등 요직이 호남 인사로 채워졌다. 정 대표는 해명하고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대표 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한나라당 인사나 할 소리를 했다”며 격분하는 분위기다.

이에 앞서 정 대표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9월 국회에 대해선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등원론을 일축했다. 오후엔 전주에서 열린 대규모 장외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31일까지 지방별로 ‘언론악법 저지 집회’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다.

한 중진 의원은 “장외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적절한 시점에 등원 명분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나오고 있다”며 “조 의원 발언은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뤄지는 대변인 인선=정 대표는 10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 개편 인사를 발표했지만 대변인과 미디어홍보위원장·혁신위원장 등의 인선을 두곤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대변인에는 우상호 전 의원이, 혁신위원장 간사와 미디어홍보위원장 두 자리를 놓고는 최재성 의원과 오영식 전 의원 등이 거론돼 왔다. 정 대표의 핵심 측근은 “여성 대변인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고민해 왔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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