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유럽정치]15국 녹색당 '한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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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의 정치통합에 가장 활발히 나서고 있는 대표적 정치집단은 환경정당 녹색당이다.

EU 15개국 녹색당은 이미 단일 공약을 갖고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 임하기로 했다.

공약의 내용은 환경세 신설.핵발전 축소.연성 마약 합법화.불법체류 외국인 전면 합법화 등이다.

지난 15일 파리 동쪽의 작은 마을 누아지 르 그랑에선 프랑스 녹색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대회의 주인공은 엉뚱하게 프랑스 정치인이 아닌 독일 녹색당 다니엘 콘벤디트 유럽의회 의원이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국정에 여념이 없어 다음번 대통령 선거를 생각치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차기 대선에서 그가 승리하길 바라고 있다" 는 발언으로 콘벤디트 의원은 연설을 시작했다.

대 (大) 정치가는 필요한 순간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하며 조스팽 총리가 대통령이 될 생각이라면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에 대해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게 그가 하려는 얘기였다.

독일 정치인이 프랑스 정부에 대고 불법체류자라도 원하면 합법화해 주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분명 '주제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날 프랑스 녹색당 당원들은 찬성률 73%의 압도적 지지로 독일인 콘벤디트 의원을 99년 6월 유럽의회 선거의 프랑스 녹색당 후보 1번으로 추대키로 한 당 지도부 결정을 승인했다.

다른 나라 사람을 자기나라 당의 '대표' 로 선정한 것이다.

EU회원국 시민이면 국적에 관계 없이 자신이 거주하는 나라의 유럽의회 선거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 유럽의회 선거법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경없는 유럽' 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유럽의회는 의원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소속 정당별로 교섭단체를 구성, 국경을 초월한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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