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단일통화 앞으로 40일…기대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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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럽단일통화 '유로' 의 출범이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1일부터 유로화 시대로 들어가면 유로랜드로 불리는 EU 11개국의 경제국경은 사실상 사라지는 전기를 맞는다.

지난달말 오스트리아 푀르트샤흐에서 열린 유럽연합 (EU) 정상회담에서의 관심은 온통 유로의 성공적인 출발에 모아졌다.

이제 유로는 일본 엔화와 함께 미 달러화를 견제할 수 있는 세계 기축 (基軸) 통화로 커갈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그러나 영국 등 4개국은 당분간 참여를 보류한 상태이며, 유로랜드 11개국은 현재 금리차가 적지 않아 앞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도 많다.

◇ 기축통화로의 성장성 = EU 인구는 미국을 웃도는 약 2억9천만명. 지난해 국내총생산 (GDP) 은 일본의 2.5배에 이르고 미국보다는 조금 적은 약 7조6천억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향후 5년내 유러화를 통한 역내외 거래가 50~1백% 늘고, 이 기간중 영국 등 4개국이 동참할 경우 유로화는 세계 기축통화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 8월 러시아 금융위기 이후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 등의 통화가 폭락했던데 비해 유로권 국가들의 통화는 안정세를 보였던 것도 이미 유로가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앞으로 유로가 유동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기축통화로 성장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유럽 경제의 체력에 달려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주식 시가총액면에서 세계 1백대 기업중 유럽기업은 38개를 차지해 지난해 28개사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다.

미 국제경제연구소 (IIE) 의 프레드 버거스텐 소장은 "유로의 출범과 동시에 최소한 5천억달러, 많게는 1조달러가 달러에서 유로로 옷을 갈아입을 것" 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1천4백억달러로 세계 2위인 중국과 4위인 대만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내년부터 위험분산을 위해 외환보유액 일부를 달러에서 유로로 바꿀 방침을 밝히고 있다.

무역거래에서도 유로의 비중은 커질 전망이다.

이제까지 세계 무역액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16.6%로 18.6%인 EU에 비해 낮았는데도 달러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된 비율은 약 48%에 달했다.

심지어는 동구권과의 거래에서도 달러가 독일 마르크화를 상회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년내에 동구권의 90%이상이 유로화로 결제되고 전세계적으로는 결제통화의 50%수준으로 뛰어오를 것" 으로 예상하고 있다.

◇ 향후 전망 = 결국 유로가 기축통화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좁혀진다.

전문가들의 대다수 견해는 "유로가 달러를 위협하는 존재로 자리잡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빠른 시일내는 어렵다" 는 것이다.

주식시장 규모가 2조5천억달러로 6조달러 규모의 미국에는 훨씬 못미치는데다 국채발행 주체도 유로가 아닌 국가별로 하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의 절대조건인 유동성면에서도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중앙은행 (ECB) 이 통화발행 등의 금융정책을 총괄하게 되지만 재정정책은 당분간 각국 정부에 맡겨지기 때문에 국제통화 체제속에서 단합된 발언력을 갖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 환율 = 당초 예상대로 1유로 = 1.1달러로 자리잡을 지도 관심거리다.

이 문제는 향후 양측 경제가 성장이냐, 침체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은 미경제가 둔화돼 상대적으로 유로가 강해지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또한 일본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달러에서 유로로 일시에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달러하락으로 이어져 외환시장의 혼란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로가 천천히 기축통화가 되는 것이 미국에게나 유럽에게나 바람직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아시아에 미칠 영향 = 엔화거래가 많은 아시아 경제권은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예상되는 금융자본이동은 '달러에서 유로' 이기 때문에 엔화 가치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세계 통화시스템이 엔을 제외한 미국과 유로의 양극화로 향해 나아갈 경우 아시아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 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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