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단일통화시대]유럽 중앙은행의 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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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로 출범과 함께 유로랜드 11개국의 금융정책을 총괄하게 되는 곳이 유럽중앙은행 (ECB) 이다.

막강한 권한을 거머쥐게 될 이 곳의 독립성문제가 당연히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입국들의 주장이 천차만별인데다 ECB가 택하고 있는 기본정책에 대해 반대목소리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ECB가 현재 교과서로 삼고 있는 것은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의 저물가정책. 그러나 독일에 슈뢰더의 좌파 정권탄생과 함께 오스카 라퐁테 신임 재무장관이 "돈을 풀어 실업문제도 해결하고 경기도 부양시키자" 며 ECB의 노선변경을 촉구하고 나선데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배경으로 미국 등이 유럽도 금리를 내리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ECB 월리엄 두이젠베르그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93년 단일통화를 결정한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보증돼 있다" 고 강조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달 13일 ECB 이사회에서는 "지나치게 예방적인 금융정책은 경기부양에 도움이 안된다" 는 프랑스 등의 비판에 몰려 금융정책의 선행 (先行) 판단지표가 통화공급량에서 통화공급량과 인플레율을 병용 (竝用) 하는 쪽으로 바뀌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외부 입김 때문에 벌써부터 ECB 독립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번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일각에서 "유로가 자중지란 (自中之亂) 으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 이라는 분석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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