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고어 미국 부통령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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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과 앨 고어 미국 부통령간의 만남은 당초 예정된 30분에서 다소 늘어나 50분간 진행됐다.

지난 6월 金대통령의 방미 (訪美) 때에 이어 두번째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치켜 세우는 등 '아주 좋은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박지원 (朴智元) 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회동은 미국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당초 요청이 왔을 때 우리 정부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20일) 계획 취소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이라크사태가 수습됨에 따라 예정대로 방한하기로 해 金대통령은 3~4일 간격으로 미국 부통령.대통령을 잇따라 만나는 셈이다.

다음은 대화록.

▶金대통령 = 이번 APEC 정상회의가 무역자유화 문제와 관련, 분야별 조기자유화 (EVSL) 협상 실패로 사기가 떨어져 있는 아시아인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해야 한다.

무역자유화합의 실패로 APEC에 회의적 시각이 있지만 내일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제기해 회의적 시각을 불식시키도록 하자.

▶고어 부통령 = 전적으로 공감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이와 관련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다.

분야별 조기화 지지에 감사한다.

한국으로부터의 철강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불공정 보조금 지급이 있지 않나 하는 미국 철강업계의 우려가 있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대한 (對韓) 수출이 급감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해하고 있다.

▶金대통령 = 우리는 어떠한 불공정한 보조금 지급도 하지 않는다.

내가 대통령을 하는 한 불공정 교역은 없을 것이다.

쇠고기문제는 한국의 경제위기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져 육류수입이 줄어든 것이다.

한우도 소비가 줄었다.

특수현상으로 이해해달라. 경제가 좋아지면 나아질 것이다.

지난번 자동차 협상이 잘 돼 감사한다.

모든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도 소를 1천1마리나 보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단순한 햇볕정책이 아니라 철저한 안보와 병행하는 것이다. 한국국민의 80%가 지지하고 있다.

▶고어 부통령 = 최근 金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는데 중국지도자들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향이 있는가.

▶金대통령 = 중국은 북한에 석유와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대북 3원칙에 대해 이해와 지지를 보냈다.

▶고어 부통령 = 대통령의 햇볕론에 미국은 관심을 갖고 있고 긴밀히 협조할 것이다.

기후협약회의에서 한국이 미국입장을 지지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배기량 감축은 한국 경제성장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며 경제에 도움을 줄 것이다.

▶金대통령 = 경제발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환경보호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고어 부통령 = 한국의 대기업 구조조정이 큰 진전이 없는데 못하는 것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金대통령 = 연말까지 자율적으로 이행할 것이다.

연말까지는 마무리하겠다.

콸라룸푸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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