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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선진국 펀드가 다시 움직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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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선진국 펀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올 들어 신흥국 펀드의 눈부신 성적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 선진국 증시가 회복세를 타면서 수익률도 일제히 반등하고 있다. 그간 신흥 시장으로만 쏠리던 펀드 자금도 다시 선진 시장으로 흘러가는 모습도 포착된다.

◆선진국 펀드에도 ‘햇살’=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선진국 펀드는 최근 1개월 평균수익률에서 약진세를 보였다. 유럽 펀드가 12.17%를 기록했고, 북미 펀드가 11.33%, 일본 펀드도 8.04%의 성적을 냈다. 같은 기간 20%를 넘는 수익률을 올린 브라질·러시아에 미치진 못하지만 중국·인도 펀드와는 맞먹는 성적이다. 선진 시장의 주식을 80% 이상 담고 있는 글로벌 펀드도 11.46%의 수익률을 보이며 선전했다.

신흥국보다는 한발 늦었지만 선진국 증시도 지난달 이후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주까지 1개월간 MSCI 선진국 지수의 상승률은 14.3%로 신흥국 지수(13.6%)를 앞섰다.

올 들어 신흥국 증시는 줄곧 선진국을 압도해왔다. 선진국보다 금융위기로 받은 타격은 작았던 데 비해 증시의 낙폭은 오히려 컸던 탓에 반등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 여기에 과감한 재정투입 효과가 가세하면서 연초 이후 중국 상하이 증시의 상승률은 80%에 육박했다. 하지만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급기야 자산 시장에 지나친 거품이 끼는 것을 우려해 중국 당국이 대출을 조이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상하이 증시는 최근 눈에 띄게 주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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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으로 쏠리던 전 세계 자금도 점차 분산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 주식형 펀드로는 360억 달러가 들어온 반면 선진국 주식형 펀드에선 489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선진국 펀드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의 규모가 신흥국 펀드를 앞지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지난달 말 부동산과 고용 관련 지표가 개선됐다는 소식이 나온 것이 선진국 펀드로 자금이 다시 흘러 들어가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분산투자로 접근해야”=선진국 증시는 신흥국 증시에 비해 오를 땐 덜 오르고, 내릴 땐 덜 내리는 특징이 있다. 북미·유럽·일본 펀드 외에도 금융·헬스케어·럭셔리 등 특정 산업에 투자하는 섹터펀드들도 주로 선진국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선진 시장 펀드에 가깝다.

물론 당장 주도권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다시 넘어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신흥 시장이 급하게 오른 탓에 조정 국면을 맞고는 있지만 여전히 상승 동력은 선진 시장에 비해 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지나친 ‘자금 쏠림’이다. 해외 펀드 자산 41조6000억원 중 순수 중국 펀드에만 16조원가량이 몰려 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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