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찰수용 받아낸 미국 다음 작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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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군사충돌 위기로 치닫던 페르시아만 (걸프) 사태가 이라크의 무조건적 사찰수용과 미국의 잠정적 공격중단 결정으로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15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가 후퇴했다" 고 평가하면서도 "이라크는 전면적이고 자유로운 무기사찰을 보장해야 한다" 고 경고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라크가 또 다시 약속을 어기고 무기사찰활동을 방해할 경우에 대비해 걸프해역의 대규모 군사력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전복의사를 처음으로 피력하고 앞으로 대 (對) 이라크 전략을 군사응징에서 정치적 압박으로 전환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무기사찰은 즉각 재개될 예정이지만 미국과 이라크의 갈등은 불씨가 꺼지지 않은 채 재발의 소지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15일 미 의회가 이라크 반체제 세력에 대한 9천7백만달러의 지원을 승인하는 '이라크 해방법' 을 이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혀 이라크내 반체제 세력이 세계 여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13일 "미국의 정책목표는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낸뒤 이후 정권과 협력하겠다는 것" 이라고 못박아 반 후세인 세력에 대한 후원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는 이미 '라디오 프리 이라크 (Radio Free Iraq)' 지원을 위해 99년 정부 예산 2백만달러를 배정했다.

지난해에는 이라크내 재야단체 지원을 위해 1천만달러가 할당됐다.

미국은 지난 91년 걸프전 직후부터 미 중앙정보국 (CIA) 을 동원, 이라크내 반후세인 활동에 3천3백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집요하게 후세인 제거활동을 지원해 왔다.

이라크 내에는 미미하지만 여러 종류의 반정부 단체들이 있다.

이라크 북부에는 이라크민족회의 등 쿠르드족 중심의 세력이 있고 남부에는 이슬람혁명최고회의 등 강경 시아파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 이라크공산당 등 73개의 재야단체들도 반후세인 깃발을 들고 있고 군부에도 반대세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후세인이 직속 특수보안부대를 동원, 수시로 이들을 공격해 '반란의 싹' 을 잘라놓고 있어 세력이 큰 것은 아니다.

후세인의 아들 쿠사이 등 측근들은 이달초부터 2주 동안 반군활동 지역인 이라크 남부 바스라와 알 아마라주를 공격, 주민 1백50명을 즉결처형했고 지난달에도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의 마을을 공격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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