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크 사찰수용조건 거부 병력증파 공격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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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4일 저녁 이라크 공습명령을 내렸으나 공격 수시간 전 이라크가 사찰 수용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격을 전격 취소했다고 CNN방송과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의 사찰재개 동의를 거부, 공격 태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혀 걸프해 지역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APEC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취소, 앨 고어 부통령이 대신 참석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현재 APEC 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도 15일 이라크 사태와 관련, 일정을 단축하고 워싱턴으로 긴급 귀국하기로 했다고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이라크는 이날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유엔특별위원회 (UNSCOM) 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무기사찰 활동 재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측이 서한 부속서에 제시한 9개항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걸프해 지역에 병력을 계속 증파하는 등 공격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귀국 전 탕자쉬안 (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에 대해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공격할 태세가 돼 있다" 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50대의 공군기를 걸프해 지역에 다시 증파하는 등 이라크 위기가 발생한 이래 최대 규모의 병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회담을 가졌으나 미국과 다른 이사국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15일로 회담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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