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협약 충격…장현준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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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13일 폐막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주최국인 아르헨티나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개발도상국가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의무부담을 선언함에 따라 20일 미 클린턴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대한 쌍무협상을 통해 미국의 압력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온실가스문제는 이제 시차를 두고 한국 경제에 새로운 파도로 밀어닥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간단하다.

성장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즉 일부 선진국에서 주장하는대로 2000년까지 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경제활동을 절반이상으로 축소해야한다는 전망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을 제정하려는 이른바 기후라운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기후라운드의 결과에 따라서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 다소비형.중후장대 (重厚長大) 형 산업구조를 기본부터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차원에서의 대비도 외압을 어떻게 버티느냐에 맞춰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산업구조조정이라는 한 차원 높은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정부가 할 일은 현재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절약기술을 권장하고 가격정책을 통해 절약을 유도함으로써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덜 쓰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옮겨가게끔 유도해야한다.

동시에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기위한 국제적인 협상노력에도 만전을 기해야한다.

그러나 이것이 이전에 그랬듯이 실제로 우리 내부에서 진지한 준비노력을 하지않은 채 무조건 시간을 끄는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이는 국제적 신뢰회복에도 도움이 안될 뿐아니라 우리에게 득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과 환경오염에 관한 정확한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국민이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에 동참하도록 이해를 구해야한다.

기업도 기후변화협약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계기로 삼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즉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설비나 배출권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에 적극 참가하여 국내 시장이나 개도국 시장을 노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시에 현재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라면 충격을 면밀히 검토해서 예상되는 비용을 내부화하고 업종이나 상품의 전환을 적극 시도해야한다.

장현준 에너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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