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토종브랜드 텃밭 다지기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워드프로세서.바이러스백신.방화벽프로그램 등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와 미국 등 선진국 제품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소프트웨어 시장 역시 위축됐지만 내년 이후 경기가 풀릴 경우 급격한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이 교두보 확보를 위해 치열한 마케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협회 등을 통해 제품 평가회를 갖거나 업체간 제휴를 서두르고 있으며 '몸집' 을 불리기 위해 증자 등을 시도하고 있다.

◇ 워드프로세서 = 현재 연간 시장규모는 1백억원 정도. 하지만 관련업체들은 불법복제만 막는다면 단시일 안에 1천억원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한판 승부를 위해 지난달 1백억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을 시행했지만 당초 예상에 못미치는 64억원을 끌어 모으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 회사는 광복절 이후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쳐 재미를 봤다.

이제까지 연회비 1만원을 내는 60만명의 회원을 모집했고 연말까지 1백만명을 확보할 계획. 한컴은 또 카자흐스탄 등 외국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펴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3월 다양한 한글 지원이 가능한 '워드2000' 을 출시할 계획이다.

한편 양사는 향후 시장싸움이 인터넷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달려있다고 보고 전자우편을 쉽게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바이러스백신 = 한컴 사장이었던 이찬진 (李燦振) 씨의 '몰락' 이후 국내 소프트웨어분야의 차세대 주자로 등장한 안철수 (安哲秀) 씨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와 미국 시만텍과의 싸움이 볼 만하다.

올해 시장규모는 40억원 정도이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安연구소는 바이러스백신 V3를 국가안전기획부.정보통신부.제일은행.현대중공업에 납품하는 등 굵직한 영업성과를 올려 1위를 지키고 있다.

시만텍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지난달 30일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에서 시행한 백신소프트웨어 평가시험에서 자사의 '노턴안티바이러스' 가 검색.치료.관리 성능에서 가장 우수했다는 평가결과를 내세워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安연구소는 "이번 조사과정에 문제가 있어 정식으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협회측이 임의로 제품을 입수해 검사했다" 며 조사결과에 반발하고 있어 양측간 설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安연구소는 조만간 시만텍 등 외국업체와 공개적으로 제품시험을 실시할 것을 검토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방화벽 = 올해 시장규모는 1백억원이지만 내년에는 배 이상의 성장이 기대돼 외국업체들의 시장진출 노력이 뜨겁다.

이스라엘 파이어월사의 체크포인트 제품이 국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국내업체로 1.2위를 다투는 사이버게이트와 ISS가 이달 초 회사를 합치고 외국업체와 경쟁에 나섰다.

◇ 국내 브랜드 생존전략 = 외국업체들은 국내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영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공정경쟁 가능성을 지적한다.

국내 전문가들도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 토종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가 외면한다" 며 국내 업체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소프트웨어사업부 정철영 (鄭喆永) 부장은 "국제화시대에서 토종 브랜드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 고 말하고 "벤처 초기단계부터 외국업체의 자본참여를 유도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