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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 별들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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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동양의 밤하늘은 천상의 세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궁전을 뜻하는 자미궁도 있고, 군대를 뜻하는 군문(軍門)도 있으며, 천대장군(天大將軍)이나 삼공(三公)과 같은 벼슬아치에 해당하는 별자리도 있다. 그리고 은하수 강 북쪽엔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있으니, 나이가 차 강 남쪽에 사는 목동 견우와 혼인하게 된다.

엄청난 계급 차이를 극복하고 맺어진 인연이지만 이들은 사랑이 너무 깊어 일조차 하지 않게 되고, 그래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사 은하수 푸른 강을 사이에 두고 헤어져 살아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이를 보다 못한 까막까치들이 매년 칠월 칠석이면 몸과 몸을 이어 오작교를 만들고, 둘은 이날 하루만 만나게 된다. 잘 알려진 견우와 직녀에 얽힌 전설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려진 직녀별이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도 그런 사람이라면 오늘, 아니 8월 언제라도 밤 11시쯤에 하늘을 보라. 하늘 한가운데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직녀별이다. 만약 시골의 밤하늘이라면 그 별의 동쪽에 남북으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는 것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견우를 찾아보자. 손을 뻗쳐 직녀별로부터 동남쪽으로 한뼘 정도 되는 곳에 밝은 별을 하나 찾을 수 있다. 흔히 이를 견우별로 잘못 알고 있다. 사실 이것은 은하수 강 중간에 있는 하고(河鼓)라는 별이다. 이 하고라는 별에서 계속 동남쪽으로 한뼘 조금 안 되는 곳까지 다시 내려오면 약간 오른쪽에 직녀보다 많이 어두운 별이 하나 있다. 도시에서는 하늘이 아주 맑아야 확인 가능한 별인데, 이 별이 견우별이다. 견우별이 이처럼 직녀별보다 어두운 것은 신분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이 두 별을 찾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번 여름에 자식들에게 한수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견우와 직녀가 칠석날 밤에 만나는 것일까? 물론 답은 명확하다. 어떻게 가만히 있던 별이 갑자기 어느 날 가까워질 수 있겠는가. 22일이 칠석이니 그날 밤을 새워 확인해보면 더욱 명확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전설이 오랫동안 문제없이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대체로 칠석날에는 비가 잦다고 한다. 그래서 칠석에 내리는 비를 특별히 칠석우라고 부른다. 비가 오지 않고 구름만 있어도 별을 볼 수 없으니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만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게 된다. 날이 맑아도 밤 새워 별을 보는 어린이들은 별로 없으니 잘 때 만났다고 하면 또한 문제가 없다. 어른들은 단지 전설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

한여름 밤을 수놓는 또 하나의 별 잔치가 있다면 페르세우스 유성우 현상이다. 유성우란 유성이 비처럼 떨어진다는 것인데, 대부분의 경우 좀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가끔은 엄청난 유성이 비처럼 쏟아지는 경우도 있긴 하다.

페르세우스 유성우는 8월 12일께 나타나는 현상으로 밤 11시쯤 동쪽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벽으로 갈수록 유성은 점점 하늘 한가운데 떨어지게 된다. 날이 맑은 시골에서라면 한시간에 약 100개 정도의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다.

별은 누워 보는 게 제격이다. 별들이 쏟아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밤이 깊어가면 하늘 한가운데 직녀가 밝게 빛나고 그 동쪽엔 은하수 푸른 강이 남북으로 흐른다. 그 강을 건너 동남쪽 아래엔 직녀와 만남을 기다리는 견우가 있다. 게다가 12일 밤이라면 동쪽 하늘에서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유성들의 향연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별들을 보면서 자신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봉규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정보연구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