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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이는 고향 관광길 노인들 금강산도 '건강진단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일주일 후면 1천여 명의 승객을 싣고 금강산 관광단이 첫 출항을 한다.

금강산 관광객의 특징은 60대 남성을 주축으로 해 대부분이 노인들이라는 것. 이중 약 절반은 실향민이기도 해 반세기만에 밟아보는 북녘땅의 감격도 예사롭지 않을 듯하다.

금강산 관광을 계기로 노인들의 원거리 여행을 위한 사전준비를 살펴본다.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일. 한림대의대 가정의학과 윤종률 (尹種律) 교수는 "노인들은 건강해 보여도 어느 정도 동맥경화가 있게 마련이어서 새로운 환경에서 많이 걷는 등 무리하면 심혈관 계통에 부담을 주기 쉽다" 며 혈압.혈당.심전도검사 등을 해볼 것을 권한다.

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 지병이 있는 이는 평상시 복용하던 약을 꼭 지참해야 한다.

여행 전 밤잠을 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부족은 두통.어지럼증.위장장애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노인은 장소에 따라 혈압변동이 심하므로 여행지에서 푹 자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고대의대 가정의학과 조경환 (曺慶煥) 교수는 "여행하면서 숨차고 답답한 느낌이 들면 곧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고 들려준다.

편안한 신발과 지팡이는 필수품. 평상시 지팡이 없이 걷는 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지팡이를 준비해 간다.

노인은 골다공증이 많아 돌이 많은 산을 걷다가 골절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쿠션 좋은 신발 착용은 물론 무릎과 발목에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별로 높지 않은 곳이라도 뛰어내려서는 안된다.

북한의 경우 날씨가 남한보다 더 추운데다 노인은 몸의 보온역할을 하는 수분의 양이 적어 추위를 더 타게 되므로 옷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두꺼운 옷보다 껴입을 수 있는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여행지의 기후를 살펴가며 그때그때 겹쳐 입도록 한다.

장시간 비행기나 뱃길 여행을 떠날 때는 멀미 대비책도 세워둬야 한다.

멀미가 나는 것은 귀 속의 평형기관이 흔들거리는 상황에 적응이 안 된 까닭. 똑같은 상황에서도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은 평형기관이 위치변화에 예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된다.

그러나 노인들은 미리 멀미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단국대의대 이비인후과 박현민 (朴炫珉) 교수는 "붙이는 멀미약을 배나 비행기를 타기 4~6시간 전에 붙여주면 항해 중 멀미로 고생하는 일이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여행과는 달리 금강산 여행에서는 신경써야 할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서적 충격. 먼저 이번 여행이 첫 북한여행이며 앞으로 언제든지 북한땅을 밟을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질 것.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는 복식호흡이 도움이 된다.

특히 심장병 등 지병이 있는 사람은 만일의 충격에 대비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 제제를 지니고 가면 좋다.

금강산 여행소식만으로 두고 온 처자식에 대한 기억으로 마음의 병이 나 병원 신세를 진 A씨 (82.남) 는 "생사확인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평생 묻어뒀던 북녘 가족들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입맛도 없고 통 잠을 잘 수가 없다" 고 말했다. 서울에서 부러울 것 없이 지내는 할아버지인 그에게 불안.초조가 겹치며 우울증에 빠진 것. 실제로 북녘땅을 밟았을 때의 충격은 훨씬 더할 것은 당연할 일.

서울대의대 정신과 조맹제 (趙孟濟) 교수는 "여행의 충격을 덜기 위해서 특히 실향민 가족들은 미리 당사자의 북녘에 대한 기억담을 충분히 들어주면서 현실 상황을 인식하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황세희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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