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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기자의 투데이]한·중 환경문제 협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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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한.중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는 언제나 경제와 북한이다.

그도 그럴 것이 97년 현재 두 나라의 상품거래 총액은 2백37억달러나 되고, 한국은 해마다 30억달러 수준의 무역흑자를 낸다.

중국에 대한 투자도 97년말 누계로 55억5천만달러다.

북한문제에서 중국의 발언권은 거의 절대적이다.

중국의 참여없는 한반도문제 해결은 상상할 수 없다.

이것은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유용하게 행사할 수 있는 북한 카드이기도 하다.

북한 카드 때문에 한국의 대중 (對中) 외교는 언제나 정상보다 저자세다.

한국의 대만 푸대접이 그런 예의 하나다.

그러나 한.중 관계에서 경제와 북한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받아야할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대기오염이다.

한반도에는 해마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오염물질이 날아온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ADB) 은 95년 남한에 내리는 산성비에 포함된 황산화물의 3분의1이 중국에서 날아온 아황산가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국립환경연구원도 97년 한국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의 4분의1 정도가 중국에서 날아온다는 관측결과를 보고했다.

한국교원대 정용승 (鄭用昇) 교수의 연구결과도 비슷하다.

대기오염은 한.중 관계의 사각지대다.

산성비를 만드는 중국의 아황산가스 배출은 전세계 배출량의 16%, 동북아시아 전체의 70%나 되고, 2010년엔 전세계 아황산가스의 42%가 중국에서 배출될 전망이라니 한국과 일본은 산성비의 샤워장같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아황산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것은 그 나라 에너지원의 70% 이상이 저질 석탄인 탓이다.

거기에 1천3백만대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가세한다.

적절한 대책이 없는 채 2010년까지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가 4천만대가 되는 날이면 한국인들의 건강은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고 말 것이다.

중국 대륙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로 인한 서해의 오염은 또 어떤가.

중국 언론 스스로 발해만을 죽음의 바다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중국 공업시설의 40%가 서해에 인접해 있고, 오염물질의 43%가 발해만에 버려져 적조현상이 잦고 어족자원은 10년 전에 비해 5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리하여 어족의 요람이 어족의 무덤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중국과 협의할 때다.

아직은 생활의 질 보다 경제성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중국을 상대로 환경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대기오염에는 우리의 사활이 달렸다.

북한카드나 경제적인 실리 때문에 할말 안하고 넘어갈 때가 아니다.

다행히 중국 정부도 90년대부터는 환경문제에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96년엔 각종 오염수치를 허용기준치에 맞추겠다는 그린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98년초엔 81년부터 조사만 하고 공개를 꺼리던 베이징 (北京) 의 대기오염 수치를 발표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국과 중국은 93년 한.중 환경협력협정을 체결해 환경협력 공동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이 참가하는 북서태평양지역 해양환경보호계획과 동북아환경협력 고위급 회담이란 것도 활동하고 있다.

98년초 모스크바 제4차 동북아 환경협력 고위급 회의에서 한국에 국가간 장거리이동 오염물질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본부를 설치하는데 합의한 것은 환경문제에 관한 지역국가들의 초국가적인 공조의 작지만 중요한 시작이다.

중국에 바람의 방향을 바꾸라거나 바람을 멈추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의 배출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있다.

중국에서 날아드는 대기오염 물질로 한국이 보는 피해가 연간 1조원 수준이라는 LG연구소의 보고는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국과 중국에 걸친 하늘을 다시 푸르게 하고, 서해를 맑게 하는 역사 (役事) 의 틀을 논의하는 절호의 기회다.

김영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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