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7개 학교 선생님들 함께 특강 ‘열린 공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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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풍성중에서 열린 방과후 학교 ‘과학실험 특강’의 창의블록 만들기 실험시간에 안중열 풍성중 교사(左)와 우경동 상일여중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특강은 3일부터 7일까지 닷새 동안 열렸다. [서울시교육청 제공]


“선생님, 정육면체 다 만들었어요! 제가 1등이에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성중학교에서 열린 방과후 학교 ‘과학실험특강’ 시간. 여름방학 중 과학특강에 참여한 이 학교 2학년 정태우(14)군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정군을 비롯한 중학교 1, 2학년 학생 16명은 ‘창의블록 만들기’ 실험에 푹 빠져 있었다. 나무로 된 작은 정육면체 조각 27개를 요리조리 조립해 큰 정육면체를 완성하는 것이 실험의 핵심이다. 공간지각 능력과 추론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군은 “처음 해본 실험인데 게임처럼 재미있다”며 “다른 학교 선생님, 다른 학교 친구들과 같은 교실에서 실험을 하니까 더 신난다”고 말했다.

실험 지도는 풍성중 교사가 아닌 상일여중 우경동(47) 교사가 맡았다. 서울 강동 지역에서 창의블록 전문가로 통하는 우 교사를 풍성중 안중열(47) 교사가 특강 강사로 초빙한 것이다.

안 교사는 “분야별로 최고의 실력을 가진 과학 교사를 한데 모아 재미있는 실험 위주로 수업을 기획했다”며 “사교육은 할 수 없는 공교육만의 장점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3일부터 닷새간 매일 오후 세 시간씩 진행된 과학실험특강에는 인근 지역 7개 중학교(가원중·강일중·명일중·상일여중·오륜중·잠실중·풍성중) 과학교사 8명이 동참했다. ‘강동과학교사연구회’를 통해 교류해 오던 교사들이 특강을 계기로 ‘공교육 업그레이드 실험’을 위해 뭉친 것이다.

실험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자신 있는 분야를 골라 직접 짰다. 학생이 직접 도시 설계를 해보는 ‘도시계획’(잠실중 이일재 교사), 초코파이·빈 깡통을 이용한 ‘기압측정’(오륜중 박황순 교사), 착시효과를 이용한 ‘마술카드 만들기’(명일중 김승표 교사) 등 열 가지 실험이 이뤄졌다. ‘스펙트럼 관찰과 간이분광기 만들기’ 실험을 맡은 가원중 신동철 교사는 “기자재나 수업시간 부족으로 평소에는 꿈도 못 꾸는 실험을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기회여서 참여했다”며 “학생을 위한 일에 학교 간 벽은 없다”고 말했다.

풍성중은 다른 학교 학생에게도 실험실 문을 열었다. 박경전(52·여) 교장이 강동교육청 관내 다른 학교에도 수업신청서를 공문으로 보내면서 진짜 ‘오픈 실험실’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영파여중과 가원중 학생 네 명이 풍성중을 찾았다. 가원중 2학년 최유진(14)양은 “책으로만 보던 실험도구를 직접 만지면서 실험하니 과학이 더 재미있어졌다”며 “고등학생이 돼도 계속 특강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풍성중은 특강의 수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적극 투자했다.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 비용은 전액 학교가 부담하고 학생들은 수강료 6만원만 냈다. 박 교장은 “중학생 때의 경험이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겨울방학 때도 ‘오픈 과학실험 특강’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 시범학교로 지정한 풍성중은 ‘한국사 인증반’ 등 다른 방과후 학교 수업도 개방해 학교 간, 학생 간 벽을 허물고 있다. 교사들의 열정이 공교육 개혁의 힘이 되고 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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