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1년]국가경제·가정살림 7년전으로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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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해 11월초 외국 언론들은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을 연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후 한국정부는 IMF 구제금융 요청을 공식 발표했다.

이른바 IMF체제가 시작된 지 이제 거의 1년. 그 1년간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분야에 IMF 체제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변화의 모습들을 살펴보고 극복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대기업 중견간부인 金모 (44) 부장은 얼마전 자신의 수입을 달러로 셈해 보고 깜짝 놀랐다.

입사 20년차인 그의 올해 연봉은 지난해 보다 20%쯤 줄어든 4천만원 정도. 얼추 계산해보니 약 3만달러. 지난해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초 미국 출장길에 자신의 연봉이 미국 중산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게 새삼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이 정도는 나은 축. 은행 지점장이던 친구는 다니던 은행이 올들어 32%나 인원을 줄이는 바람에 얼마전부터 실직자 신세다.

물론 얼마간 목돈을 받고 나오긴 했지만 워낙 경기가 썰렁해 사업구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IMF 1년은 1인당 국민총생산 (GNP)에서 금방 표가 난다.

95년 1만달러를 돌파, '선진국 신드롬' 을 불러일으켰던 1인당 GNP는 올해 잘해야 지난 92년 (6천9백88달러) 수준에 닿을까 말까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6%로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한데다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계속의 한국 위상이 볼품없게 추락해버린 셈이다.

엄청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높게 평가됐던 원화가치가 일시에 폭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풍선에서 바람빠지듯 축소돼버린 것이다.

97년 연평균 달러당 9백49원대를 유지했던 환율은 올해 1천3백50~1천4백원대를 기록하리라는 게 당국의 전망. 결국 원화값이 1년새 30% 가까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요즘 물가가 다소 잡힌다고는 하지만 올 10월 현재 소비자물가는 7.2%가 올랐다.

올해 전체로는 8~9%대를 기록하리란 전망이어서 지난해 (4.5%) 보다 두배 가까이 물가가 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이보다 훨씬 높아 10월 현재 11.4%에 달하고 있다.

투자.생산.소비 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기업은 공장의 3분의 1을 놀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을 놀리게 된 기업들은 종업원 숫자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어 97년 2.6% (55만6천명)에 불과했던 실업률이 올해 9월현재 7.3% (1백57만2천명) 까지 치솟았다.

1년새 실업자 숫자가 1백만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들자 근로자들의 임금 (전산업 평균) 도 올해 7월 현재 5.9%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들어 임금은 평균 10% 이상씩 (97년은 7.0%) 꾸준히 증가해왔다.

임금 뿐만 아니라 주식.부동산 값도 폭락, 자산소득도 크게 줄어들어 우리 국민의 살림살이도 그만큼 빡빡해지고 말았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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