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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개헌논의 가속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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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경제위기와 대통령의 건강악화로 정정 (政情) 이 불안한 러시아 정가 (政街)에 대통령 권한축소와 포스트 옐친 시대를 위한 헌법개정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골자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일부 의회와 정부쪽으로 이동시키자는 것. 물론 병약한 옐친 대통령의 상태 때문에 논의가 비롯된 것으로 그의 짐을 덜어주고 아울러 흔들리는 국정의 안정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고쳐야 한다는 쪽이 대세를 이루면서도 방법과 권한이양의 정도.시기에 대해서는 입장이 각각 달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다수당으로 옐친 탄핵까지 계획하고 있는 공산당은 의회에 각료임면권과 주요 국정장악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고르 스트로예프 상원의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대통령선거절차법 개정까지 해치워 직선이 아닌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반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유리 루즈코프.알렉산드르 레베드 등 차기 대통령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3인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 권한이 헌법적으로 대폭 축소되는 데는 반대다.

체르노미르딘 우리집러시아당 총재는 "대통령의 주요 권한을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에게 이양하고 그를 과도기 대통령으로 인정하되 대통령선거는 2000년에 예정대로 치른다는 과도기에 국한한 한시적 개정" 을 주장하고 있다.

현 모스크바 시장인 루즈코프도 러시아에는 권위주의적 통치가 필요하며 현행 헌법과 같은 대통령 우위의 권력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그는 의회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헌법개정 논의에 제동을 걸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이양은 "경제안정 이후에 이뤄져야 한다" 는 논리를 펴고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인 레베드도 대통령 권한 우위의 입장이다.

그 대신 그는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상황일 때 국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부통령제를 도입해 조기대선 등을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렘린은 고뇌에 빠져 있다.

국민의 90% 이상이 대통령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권한이양을 요구하는 현실적 압력을 무시할 수 있는 힘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크렘린은 옐친이 헌법개정을 보장하되 이의 진행과정을 감독하면서 영향력을 계속 유지, 임기를 마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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