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 대진정보통신고의 조민홍(18)군은 전문계고 출신으로 KAIST에 합격했다. 조군은 “초등 2학년 때부터 로봇에 빠져 로봇을 만들어볼 수 있는 전문계고에 들어왔다”며 “KAIST가 ‘끼’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는데 합격했다”고 말했다.
KAIST가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의 하나인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일반고생 150명을 뽑았다. KAIST가 일반고에 ‘무시험·면접’ 전형을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150명은 전체 모집 정원(970명)의 15.5%에 해당한다. KAIST는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는 영어 성적이나 국제수학·과학경시대회 실적 등을 보고 선발했다.
김도경 입학처장은 10일 “학교장에게 고교당 1명씩 서류 추천을 받은 뒤 입학사정관 46명이 두 달간 고교를 직접 방문해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 150명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KAIST는 이를 위해 전국 651개 일반계 고교를 모두 방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합격생이 재학 중인 150개 고교 중 91곳은 2006년 이후 처음으로 KAIST 합격자를 배출했다. 여학생은 40%(60명)가 합격해 재학생 여학생 비율(23%)보다 17%포인트가 높았다. 150명 중에는 농어촌 지역 학생 16명과 저소득층 학생 15명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과학고 출신이 대부분이던 KAIST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입학사정관 중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정문술 KAIST 이사장, 홍창선 전 KAIST 총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 사회 저명인사 6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서남표 총장의 요청을 받고 40명의 입학사정관 교수진과 함께 학교를 방문해 서류 내용을 확인하고 6명씩 조를 이룬 30분간의 토론과 40분의 개인면접을 진행했다.
서 총장은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인재를 뽑아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당장 학력이 높지 않아도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겠다”고 한 올 3월 약속을 지켰다.
이원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