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이모저모]헌재 소신없다 의원들 앞다퉈 비난

중앙일보

입력

◇ 헌법재판소 = 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의원들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법무부 국감에서의 증인채택 문제를 싸고 설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측이 "늦어도 7일전까지는 증인신청을 해야 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자" 며 판문점 총격요청, 경성.청구사건 등 관련자 36명의 증인채택을 요구. 여당측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고 반대하자 국감장은 여야 의원들이 질러대는 맞고함으로 순식간에 수라장.

표결 끝에 공동여당이 1표 앞서 한나라당의 증인채택 요구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앞다퉈 헌재의 정치적 무소신을 질타.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 7월 김종필 (金鍾泌) 총리서리 임명에 따른 권한쟁의심판에서 헌재가 국회의원들의 당사자 자격을 문제삼아 각하 결정을 내린데 대해 "지난 노동법 파동 판결 당시 인정했던 국회의원의 당사자 자격을 이번에 불인정한 것은 정치권의 눈치를 본 탓" 이라고 비판.

여당 의원들은 과거 야당시절 법안 날치기 통과와 관련, 헌재가 보여준 소극적인 심판태도를 꼬집으며 "정치적 소신을 갖고 정치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헌재가 되라" 고 일침.

◇ 병무청 = 단골 메뉴인 병역특례 전문 연구요원의 근무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하경근 (河璟根) 의원은 병무청 조사결과를 토대로 "일부 대학의 전문 연구요원 출근부엔 달력에는 없는 2월 31일에도 근무했다는 서명이 찍혀있다" 며 "군사훈련기간이나 지방출장중에도 출근했다는 서명도 있다" 고 지적했다.

河의원은 "연구업무를 위해 입영이 면제된 요원들이 실제로는 논문 교정이나 교수들 심부름을 하고 있다" 며 "법적 개선안을 마련하라" 고 주문. 반면 국민회의 임복진 (林福鎭) 의원은 "남상혁 (南相赫.75) 씨 형제 9명의 군복무기간을 모두 합하면 81년이나 된다" 며 모범사례로 제시했다.

이들은 증조 할아버지가 구한말 지역경비사령관을 맡았고, 큰아버지는 항일 독립운동가 출신인 무인 (武人) 집안 출신. 林의원은 "이들을 위해 '모범병역상' 을 만들자" 고 제안했다.

◇ 국민연금관리공단 = 국민연금기금의 부실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여야 의원들은 "기금의 부실화에 따른 책임을 결국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 며 "기금운용 방식의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고 지적. 한나라당 오양순 (吳陽順) 의원은 "지난해 3천6백86억원의 평가손실을 가져왔던 주식투자의 경우 10월말 현재 2백25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며 "퇴출은행 등에 투자한 기금중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만도 3백21억원에 이른다" 며 비판했다.

◇ 언론중재위 = 박종웅 (朴鍾雄.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연구원의 '수용자 의식 조사' 를 인용, "신문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이 96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며 "올해 수준이 5공말인 86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 소개.

그는 최근 중앙일보가 정치인 사정기사 등에 있어 영문 이니셜 보도를 금지키로 한 내부지침을 지적하며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하며 다른 언론사에까지 이런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고 강조.

◇ 농협중앙회 = 농림해양수산위가 맡은 국감은 7.21 광명을 보선 당시 농협 간부들의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후보 선거운동 지원의혹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계속돼 끝내 무산됐다.

윤한도 (尹漢道)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원철희 (元喆喜) 농협중앙회장의 선서가 끝나자마자 "광명을 보궐선거에서 박준식 (朴俊植) 농협관악조합장.소구영 (蘇久永) 농업기술교류센터 이사장이 趙후보의 선거운동에 개입했다" 며 두 사람의 증인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제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하면서 국감장을 정치선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고 강력 반발하면서 첫번째 정회. 오후 속개 후에도 양당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됐다.

결국 오후 10시40분쯤 김영진 (金泳鎭) 위원장은 "국감을 10일로 연기한다" 고 산회를 선포.

하지윤.전영기.문경란.표재용.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