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단체들 '대중속으로' 활로찾기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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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1세기 문화전쟁의 시대에는 박물관이야말로 경쟁력의 원천. 문화의 보고로 문화산업 아이디어를 무궁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 그런데도 우리 박물관의 현실은 너무 열악하다.

수적으로도 2백30여개로 3천여개에 달하는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데다 그것마저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허동화 사전자수박물관관장) 와 한국박물관학회 (회장 이융조 충북대박물관관장)가 2일 국립중앙박물관 사회교육관 강당에서 공동으로 펼친 제1회 전국박물관인대회 및 박물관학 학술대회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관계자들이 박물관의 역할확대를 위해 머리를 맞댄 첫 모임이기 때문이다.

국공립.대학.사립박물관 관계자 3백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의 최대 관심은 각종 박물관을 대중속으로 깊숙히 끌어들이는 방안. 특히 전국 80여개에 이르는 대학박물관을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난영교수 (동아대) 는 '박물관의 조직과 운영' 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박물관은 선조들의 문화유산만이 아니라 현대의 첨단문화까지 수용해 평생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박물관의 활성화에 꼭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 박물관학과의 확대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백승길 ICOM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박물관학과를 두고 있는 학교도 대전보건대학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그 교과 내용도 극히 빈약하다" 며 선진국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영국.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도 박물관학과를 둔 대학이 1백여개에 달한다.

선진국의 박물관학과 교육프로그램을 보면 매우 알차다. 미국의 경우 박물관의 역사나 이론외에 미국학. 고고학. 미술사. 천문학. 식물학. 민속학. 지질학. 역사. 과학기술사. 동물학 등을 두루 섭렵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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