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내 냉동창고서 큰불…27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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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산시내 냉동창고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 직업인부 27명이 연기에 질식 후 불에 타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또 대피하던 인부 9명과 진화에 나선 소방관 7명 등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가운데 20명은 신원이 확인됐으나 6명은 아직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발생 = 29일 오전 8시15분쯤 부산시서구암남동 매립지 안에 신축 중인 냉동창고 삼동범창 콜드프라자 (대표 金재운) 6층 공사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났다.

불길은 6층 바닥과 벽면.천장에 부착해놓은 방열자재인 스티로폼과 우레탄폼에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7층과 8층으로 번졌다.

인부 고대봉 (高大峯.42) 씨는 "1층에서 냉동설비 작업 중 '불이야' 하는 소리를 듣고 건물 밖으로 나와 보니 폭발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6, 7층에서 치솟고 있었다" 고 말했다.

◇피해 = 李효암 (40) 씨 등 6층 작업인부 27명이 5~7층 사이 계단 등에서 질식한 뒤 불에 타 숨졌다.

또 인부 수십명이 8층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건물외벽 난간을 타고 피하다 李환상 (41) 씨등 9명이 화상과 골절상 등을 입었다.

특히 오후 1시10분쯤 6층에서 용접용 아세틸렌통이 폭발, 진화작업 중이던 중부소방서 소속 金덕회 소방관 등 소방관 7명이 부상했다.

당시 냉동창고에는 동원전기.대성우레탄.마이콤.일진 등 18개 업체 소속 인부 2백10여명이 전기.냉동설비.방열.용접 작업 중이었다.

◇구조 = 불이 나자 소방대원 3백25명을 포함, 경찰.공무원 등 5백여명과 소방차 81대, 헬기 2대가 긴급투입됐다.

이들은 옥상으로 대피한 인부 7명을 헬기로 구조하는 등 25명을 구하고 1백60명은 무사히 대피시켰다.

하지만 건물내부에 유독가스가 가득 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큰 불길은 한시간 만인 오전 9시20분쯤 잡았으나 완전 진화는 오후 3시쯤 이뤄졌다. 경찰추산 피해액은 2억원.

◇원인 = 소방 관계자들은 6층에서 배관작업 중 용접 불티가 페인트작업 과정에서 나오는 휘발성 가스에 인화되면서 불이 난 뒤 스티로폼 등에 옮겨붙어 확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본 이 관계자는 스티로폼 등 인화성 자재가 가득 찬 건물내부에서 별다른 환기시설 등 안전조치없이 용접을 실시하는 등 화재예방을 소홀히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수사 = 관할 서부경찰서는 시공업체 관계자와 현장소장.안전관리원 등을 불러 사고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인 동원건설㈜ 화재감시요원 朴모 (19) 군으로부터 냉동설비업체인 한국마이콤 (경남 창원소재) 의 인부 3명이 이날 오전 8시쯤 사고 현장에서 배관용접 중 불이 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피해보상 = 사업시행자인 3개 회사는 대한화재보험에 3백72억원을 가입해두고 있고 하청업체들도 건설재해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망자의 경우 하루 임금의 최고 1천4백20일분, 부상자는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우선 지급받은 뒤 추후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정용백.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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