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담보대출 월 4조원씩 늘어 집값 규제카드 8월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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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월이 고비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9일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것인지는 8월의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여러 규제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당장 카드를 내보이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만 놓고 보면 금융 당국의 이런 입장은 다소 한가해 보이기까지 한다. 6월에 이어 7월에도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5000억원 풀렸다. 집값이 많이 올랐던 2006년의 월 평균(2조9000억원)보다 55%가량 많다. 또 7월의 전달 대비 전국 집값 상승률(0.5%)도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서울의 집값이 최고가(지난해 9월)에 비해 -2.3% 떨어졌던 게 7월에는 -1.5%까지 회복했다. 특히 서울 지역의 상당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이미 최고가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 당국이 다소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금융 당국은 담보대출의 구성 내역에 주목하고 있다. 4월 1만6000가구, 5월 1만8000가구였던 신규 입주 아파트가 6월에 2만7000가구, 7월에 2만3000가구로 늘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집단담보대출은 4~5월에 월 6000억원에서 6~7월엔 월 1조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6일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췄지만 집단대출은 규제 대상에서 뺐다.

그러나 집단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장기대출인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개별대출은 6월에 2조8300억원이 나갔지만 7월엔 2조3800억원으로 16% 줄었다. 개별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가 감소했다는 의미다.

또 6~7월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지만 7월 하순으로 갈수록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금융 당국이 여유를 부리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의 6월 넷째 주와 7월 첫째 주의 주간 집값 상승률은 각각 0.3%였지만 7월 둘째~넷째 주는 각각 0.1% 오르는 데 그쳤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은행업서비스본부장은 “LTV가 강화된 이후 서서히 집값 상승세가 잡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전체 주택담보대출보다는 개별대출이 다시 늘어나거나 서울과 수도권의 주간 단위 집값 상승률이 높아진다면 추가 대책이 불가피한 것이다. 1차 시점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정부 합동의 부동산시장점검회의다.

가장 유력한 조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LTV를 현행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이다. 권 사무처장은 “집값 상승 폭에 따라 LTV는 물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DTI는 서울 지역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준현·최현철 기자

◆LTV=‘Loan To Value ratio’의 약자.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은행에서 인정해주는 담보가치의 부동산 가격 대비 비율.

◆DTI=‘Debt To Income ratio’의 약자. 연간 소득에서 금융부채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DTI 40%일 경우 1년간 갚아야 할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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