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TV광고 나오나, 업계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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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주류가 이달 말 알코올 도수 17도 미만의 ‘처음처럼’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롯데는 신제품을 알리려고 TV광고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주류업계 내부에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9일 “정확한 도수를 공개하기 어렵지만 17도 미만의 저도주를 이달 하순께 선보일 것”이라며 “TV광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이 제품이 16.8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도주 소주는 무학이 2006년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출시한 데 이어 대선주조가 올 4월 ‘봄봄’(16.7도)을 내놨다. 부산·경남에서 대선주조·무학과 시장 쟁탈전을 벌이는 롯데가 저도주를 내놓는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하지만 주류업체들은 롯데의 TV광고 방침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행 방송법 및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은 17도 이상 주류에 대해선 TV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17도 미만 주류는 오후 10시 이후 가능하다. 이에 따라 무학은 지난해 3월부터 부산 지역에서 TV광고를 해오다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소주 1위 업체인 진로는 올 3월 기존 제품 ‘제이’를 도수를 18.5도로 리뉴얼해 출시했지만 TV광고 대상이 아니었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17도 미만 소주를 개발한 데에는 전파광고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며 “롯데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전파광고까지 동원해 시장을 잠식하려는 처사여서 기존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의 전파광고는 음주 문화를 부추길 수 있어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 한때 양주도 오후 10시 이후 공중파 광고가 허용된 적이 있으나 이런 부작용 때문에 전면 금지되고 있다. 담배는 아예 TV광고를 탈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에 따라 담배광고는 전 세계적으로 제한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담배사업법에 따라 규제한다. 최근엔 보건복지가족부가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아동·청소년의 건강을 해치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정크푸드)의 TV광고를 제한하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라면·과자 등이 대상인데, 관련 업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맥주나 전통주도 하는 TV광고를 두고 음주 문화를 조장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김성탁·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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