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로스쿨 정원은 남성 차별” 헌소 제기하는 남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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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전체 정원이 2000명인데 이중 100명을 여성만 입학 가능한 이화여대에 할당한다고 합니다. 여성은 일단 100명을 확보한 뒤 1900명의 자리를 두고 남성과 똑같이 경쟁하는 거죠. 남성이 받는 불합리한 대우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내게 됐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준비하는 남성 3명이 이화여대 로스쿨 모집은 여성의 입학만 허용하는 것으로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이번 주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8월 24개 대학과 함께 이화여대의 로스쿨 설립을 인가했다. 당시에도 남녀간 정원 차이로 인해 성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왔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모 대학교 인근 커피숍에서 이들 세 명 중 송윤상(26)씨를 만났다.

-헌법소원을 내는 취지가 궁금하다.
"로스쿨 준비생 중 일부는 ‘이대 할당 정원’이 역차별이라는 불만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식만 있다. 각자 공부하기에 바빠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3월부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터디 모임을 하다 생각이 맞은 3명이 함께 행동하게 됐다."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
"이대의 모집요강에 따른 남성의 입학자격 제한이 위헌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성차별에 관련된 판례나 해외 자료 등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딱 맞는 사례는 없었다. 해외에도 여대 로스쿨이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도 여성만 입학이 가능한 로스쿨을 두지 않았다."

-어떤 결과를 바라나.
"여성만 받아들이는 이대 로스쿨의 현 신입생 모집요강을 취소해 남성도 입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아니면 학교 로스쿨 인가 자체를 취소해 남성과 여성이 법조인이 되기 위한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될 것 같지 않다.
"알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 좋은 결과를 주길 바란다."

-이대 측은 한 인터뷰에서 ‘법조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해 이대 로스쿨은 일종의 차별시정 정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7%라는 수치는 누적된 자료다. 현재를 봐야 한다.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이 40% 이상을 차지한다. 판ㆍ검사 임용에선 여성이 과반수다. 현행 사법시험에서는 여성우대정책이 없다. 로스쿨 제도는 사법시험의 대체 제도이기 때문에 여성우대정책을 펼 이유가 없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고 공부할 여건이 나쁘지도 않다. 여성에게 유리한 자격을 달라는 것은 잘못됐다."

-그렇게 따지면 여대의 수능 학생 정원도 마찬가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사안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본질이 다르다. 수능시험의 경우 로스쿨과 단위 차이가 크다. 로스쿨은 변호사라는 자격증과 직결되는 특수한 교육기관이다. 순수한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과 엄연히 다르다. 물론 의대 등은 제외지만."

-그런 이유에서 남성 준비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본 것인가.
"그렇다. 로스쿨은 국가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인 만큼 사립대 로스쿨의 모집요강이라도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조인이 될 기회를 일부 제한하는 이대 로스쿨 모집요강은 양성평등의 원칙뿐 아니라 직업선택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이대가 남성도 입학할 수 있게 한다면 지원할 것인가.
“대답하지 않겠다. ‘안 간다’고 하면 ‘안 갈거면서 왜 헌법소원을 제기했느냐’고 할 것이고, ‘간다’고 하면 ‘남자가 굳이 여성이 있는 곳으로 가느냐’고 할 것이다. 이대 입학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로스쿨 전체 정원에서 남성이 받는 불평등을 지적한 것이다."

-일부에선 ‘경력 쌓기’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스펙’을 위한 것이 아니냐고. 이번 헌법소원은 로스쿨 준비생만이 낼 수 있다. 청구 요건 중 자기 관련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선 로스쿨 준비생이어야 한다. 이번 사안이 경력 한 줄이 될지 모르겠지만 역으로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 소송에서 진다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입학사정관이 판단할 문제다."

-로스쿨 지원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지 않을까.
“의견이 다른다고 틀린건 아니다. 여성이라도 내 의견에 찬성하는 이가 있을 것이고, 남성이라도 내 의견에 반대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언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인가.
“대리인인 전용우 변호사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기자가 전용우 변호사에 전화로 물어보자 "이번주 중으로 헌소를 낸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변호사가 헌법 관련 분야에서 일한다는 건 쉽지 않지만 헌법 연구관이 되고 싶다. 일단 오는 23일에 있을 로스쿨 시험을 잘 보는 것이다. 이후 다양한 분야를 접한 뒤 내 길을 정할 것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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