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업인만찬…13개사 초청기준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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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29일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13개 기업의 기업주들을 만찬에 초청했다.

모두 잘 나가는 기업들은 아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을 자율적으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곳들이다.

이들은 주력업종에 힘을 기울이고 남보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기준으로 삼아 재계에 구조조정의 모델로 제시할 방침이다.

◇ 주력업종 외에는 다 정리한다 = 경쟁력이 있는 한두개 업종만 남기고 나머지 계열사나 사업부문은 과감히 매각한 것이 이들 기업의 특징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구조조정의 방향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계열사 세일' 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한화. 화학업종에 주력키로 한 한화는 한화NSK정밀 등 3개 계열사를 해외에 매각하고 한화종합화학.한화기계의 일부 사업도 외국기업에 팔았다.

한화에너지의 정유사업은 빅딜 차원에서 현대로 넘기기로 한 상태. 대상은 잘 나가는 기업을 비싼 값에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한 사례. 고수익사업으로 꼽히던 라이신사업을 지난 3월 독일의 바스프사에 6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당시 단일 매각건으로는 최대규모였다.

두산도 유가공.자판기.상업용 냉장고.식용유사업을 정리하고 두산상사.OB맥주 등 9개사를 ㈜두산으로 통합했다.

◇ 한발 앞서 구조조정에 나선다 = 기업들이 정부정책이나 외부환경에 밀려 한꺼번에 구조조정을 하기 시작하면 자산이나 계열사 매각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를 미리 파악하고 먼저 구조조정에 나서 성공한 곳이 두산. 박용곤 (朴容昆) 회장의 주도로 지난 95년말부터 사업구조재편.부동산매각에 일찌감치 나서 지금은 구조조정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동양화학도 지난 96년 3월 한불화학의 지분 50%를 합작선인 프랑스의 롱프랑에 넘겼고 태평양은 지난 91년 태평양증권을 SK그룹에 매각한데 이어 95년과 96년 프로야구단 태평양돌핀스와 태평양패션을 각각 매각하는 등 남보다 구조조정에 먼저 착수했다.

◇ 돈이 되는 것을 판다 = 사업성이 좋지 않은 기업이나 부동산은 당연히 제값을 받기 어려우므로 팔릴 만한 물건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 구조조정 모범기업들의 경험담이다.

예컨대 두산은 OB맥주 영등포공장부지를 매각한데 이어 주력기업인 음료사업의 영업권을 양도했고 국내 라이신제조업을 독점하던 대상도 이를 매각했다.

누구나 탐내는 물건을 내놓아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

◇ 부동산을 현금화한다 = 부동산을 싸게라도 팔아 묶여 있는 돈을 돌려 경영개선에 큰 도움을 받은 곳이 많다.

한화의 경우 토지공사에 부동산을 팔아 1천1백28억원을 받았고 두산도 본사사옥을 포함, 2천1백39억원어치를 매각했다.

◇ 외자유치에 눈을 돌린다 = 구조조정 모범업체의 선정기준으로 외자유치 실적이 크게 감안됐다.

계열사.자산매각뿐 아니라 해외차입도 모두 실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다보니 해외차입에 성공한 하림과 동아제약은 부채비율이 오히려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투자자금의 유입이 기업구조조정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므로 부채비율 감축계획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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