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오픈 바둑 준결승전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이창호9단대 조치훈9단. 바둑팬들이 고대해온 98년도 최고의 빅카드가 오는 11월2일 제3회삼성화재배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에서 펼쳐진다.

한국의 10관왕 이창호와 일본의 대삼관 (大三冠) 조치훈이 자존심을 걸고 격돌하는 것이다.

대국장소는 대전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 다른 한판의 준결승전인 유시훈7단대 마샤오춘 (馬曉春.중국) 9단의 대결도 함께 열린다.

중앙일보사와 KBS, 유니텔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삼성화재배의 우승상금은 2억원. 상금경쟁에서도 세계1위 자리를 놓고 박빙의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창호와 조치훈에겐 이번 대결이 올해의 모든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준결승전의 귀추는 어찌될까.

[이창호 VS 조치훈]

올해 동양증권배 후지쓰배등 2개 세계대회를 차례로 석권한 이창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있다.

만23세로 전성기를 맞아 힘과 기예는 더욱 무르익었다.

그러나 조치훈도 일본에서 본인방 10연패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고 3년 연속 대삼관에 도전하는등 파죽의 상승세를 보이고있어 문자그대로 용호상박의 대결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의 대결에선 표에서 보듯 이창호9단이 공식전 5전5승, 비공식전 포함 6승1패라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있다.

그러나 내용을 드려다보면 이9단이 고전 끝에 반집 역전승을 거두는등 아슬아슬한 장면이 많았다.

그때에 비해 이9단은 좀더 노련해졌고 조9단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조9단이 일본에서 97년 대삼관을 이룬 직후 "앞으론 세계대회에 주력하겠다. " 고 한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그는 이후 이창호 바둑의 강점을 인정하고 평소 연구해왔다고 한다.

팬들은 두사람이 조치훈의 장기인 8시간바둑으로 맞붙어보기를 원했으나 먼저 3시간 바둑으로 대결하게 됐다.

6살 때부터 일본에 건너가 일본바둑과 호흡해온 조9단은 핏줄은 한국인이지만 바둑에선 일본바둑의 대표자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이9단은 일본유학을 하지않고 국내 1인자가 된 첫 케이스. 이창호와 조치훈의 대결은 그래서 한국바둑과 일본바둑의 정면대결로 다가온다.

최근 이창호는 국내도전기에서 2연패를 당했다.

조치훈 명인전과 LG배에서 연패했다.

두사람 다 이번 대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짜릿한 단판승부. 이것도 이번 대결의 에측을 어렵게하는 크나큰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유시훈 VS 마샤오춘]

두기사 모두 재기의 일전을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를 쓰러뜨린 사람들이 이창호와 조치훈이란 점이 묘하다.

27세의 유시훈7단은 3년전 일본에서 랭킹5위의 '천원' 과 6위의 '왕좌' 을 따내며 조치훈 요다 (依田紀基) 와 함께 3강시대를 열었다.

화려한 신인 탄생이었다.

하지만 유7단은 1인자 조치훈의 기성 타이틀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면서 점점 슬럼프에 빠져들어 무관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이번 삼성화재배는 유7단에겐 재기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마샤오춘9단 또한 3년전인 95년엔 전성기를 구가하며 세계대회를 잇달아 석권했고 세계랭킹1위까지 올랐었다.

그러나 96년부터 이창호라는 천적과 잇달아 조우하며 무려 10연패를 당하고만다.

그 여파로 중국의 1인자 자리도 내준 상태지만 마샤오춘은 이에 굴하지 않고 '타도 이창호' 라는 필생의 염원을 위해 몸을 내던지고 있다.

지금까지 두사람의 전적은 마샤오춘이 6번 싸워 6번 모두 이기는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있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