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 위궤양 재발 일으키는 주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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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헬리코박터 세균이 말썽이다.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의 위장 속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이 세균이 위궤양과 위염은 물론 위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최근 대한내과학회에서 발표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헬리코박터에 대해 새로 밝혀진 사실을 소개한다.

◇ 도시지역 감염률은 낮다〓어린이는 20%, 성인은 75%라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 국민의 헬리코박터 감염률. 그러나 도시지역 주민들의 감염률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목동병원 내과 이선영 (李善榮) 교수팀이 서울 목동지역 아파트주민 7백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36.7%의 감염률을 보였다.

이 수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결과. 전문가들은 "국내 헬리코박터 감염양상이 80%를 웃도는 농촌형과 40% 이하의 도시형으로 양분된다" 며 이는 사회경제적 여건과 위생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 간편한 검사법이 나왔다〓숨쉬는 공기로 헬리코박터 감염여부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요소호기 검사법이 등장했다.

이는 헬리코박터가 요소를 분해할 수 있는 특성을 이용한 검사법. 환자가 방사성 동위원소가 함유된 요소를 마셔 헬리코박터가 있으면 숨을 내쉴 때 방사성 동위원소가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기존 검사법과 달리 내시경 검사를 받거나 혈액을 뽑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정확도도 높고 검사 즉시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 장점. 그러나 비용이 비싸 4~5만원이 든다.

기존 검사법은 5천원~1만원 정도. 따라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땐 헬리코박터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따로 요소호기 검사법을 이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 치료후 재감염 확률은 낮다〓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은 감염률이 높아 치료해도 재감염될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재감염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국내 성인의 재감염 확률은 2.6~20%.따라서 치료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재감염을 우려하기보다 바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 치료대상의 선정은 아직도 논란〓누구를 치료해야하느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을 지닌 감염자를 치료해야한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헬리코박터 치료가 궤양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것은 이미 학문적으로 입증됐다.

문제는 집안에 위암환자가 있는 이른바 위암 고위험군이거나 단순히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는 감염자. 강남성모병원 내과 정인식 (鄭仁植) 교수는 내과학회 임상강좌에서 "위암예방이나 소화불량 증세의 치료를 위해 헬리코박터를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 강조했다.

심증은 가지만 구체적인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수천만 명에 달하는 국내 헬리코박터 감염자를 모두 치료할 순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한 반론도 높다.

서울중앙병원 내과 홍원선 (洪元善) 교수는 "궤양이 아닌 단순한 소화불량 환자도 헬리코박터를 치료하면 절반 가량 (50~55%)에서 증상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며 "헬리코박터는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공식발암물질이므로 이의 치료는 비용과 절차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 라고 주장했다.

치료는 서너 가지 종류의 항생제를 1~2주 동안 복용하는 것. 90%정도가 완치된다.

궤양환자는 보험이 적용돼 1만5천~5만원의 비용이면 되나 단순 감염자는 보험에서 인정하지 않아 7만~12만원이 든다.

결국 위암 고위험군이나 소화불량 환자의 헬리코박터 치료는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헬리코박터란?]

인간의 위장 내에 서식하는 세균. 82년 호주인 의사 워렌과 마샬이 처음 발견했다.

염기성을 띠는 암모니아를 합성해냄으로써 강력한 위산에서도 거뜬히 생존할 수 있다.

주로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감염된다.

국내에 감염자가 많은 이유도 술잔을 돌리거나 식기를 같이 쓰는 식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리코박터 치료가 궤양의 재발을 억제한다는 것은 정설이나 위암 예방과 소화불량의 치료효과에 대해선 학자간 의견이 분분하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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