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도 승부근성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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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최고교육책임자(Chief Education Officer). 정순원 삼천리 사장이 생각하는 CEO의 정의다. 재계에서 보기 드문 경제학자 출신 CEO다운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현대자동차 기획총괄부장, 현대모비스 부사장 등을 지냈다. ‘가방끈이 길다’는 이유로 젊은 시절부터 사내 교육은 그의 몫이었다.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교육만 무려 3000회에 달한다.

“저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편입니다. 노조원들에게 임금인상과 회사경영과의 관계, 물가와의 관계 등 경제원리를 알려주고 그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죠. 교육은 사람들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는 최선의 수단입니다.”

그는 CEO가 돼서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이나 화상회의 등 각종 디지털 소통채널이 생겨나고 있지만 CEO의 ‘강당연설’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우리나라에서 CEO가 이 정도로 스피치 훈련이 돼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눈빛과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음성이나 표정도 상당히 안정감 있었다. 그만큼 그는 전문 스피커로서의 자존심도 상당했다.

“어떤 강의든 청중이 조는 모습은 절대 못 봅니다. 일부러 마이크를 들고 그 사람 옆에 가서 얘기하곤 하죠. 스피치에서도 승부근성이 좀 있나 봅니다(웃음).”

정 사장은 스피치에 앞서 항상 청중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중파악에서 스피치의 성패가 반쯤 가려진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5가지 노하우로 청중을 장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첫째, 일관된 메시지를 반복하라. 여기서 이 소리하고 저기 가서 딴 소리하는 것은 금물이다. 직원들은 CEO가 외부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말 바꾸기는 CEO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첫 번째 주범이다.

둘째, 전문용어나 영어는 웬만하면 안 쓰는 게 좋다. 스피커가 유식한 말이나 신통치 않은 발음으로 영어단어를 늘어놓으면 청중은 귀를 닫는다. 청중의 눈높이에 맞는 단어선택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셋째, 단상에서 내려와 청중에게 다가가라. 청중과 1 대 1 대화도 주고받고 근거리에서 시선을 맞추라. 특히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야 할 강의초반이나 집중력이 떨어질 때 시도하면 효과만점이다.

넷째, 마이크를 가깝게 댔다가 멀리 뗐다를 반복하라. 마이크와의 간격조정을 통해 말에 강약을 넣으면 청중의 귀에 훨씬 잘 들린다. 정말 중요한 얘기는 오히려 들릴 듯 말듯하게 해보라. 긴장감이 생기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진다.

다섯째, 약속된 시간을 지켜라. 아무리 할 말이 많고 내용이 좋아도 약속시간을 넘기는 것은 청중을 고문하는 행위다.

정리=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 상세한 기사는 8월 10일 발매되는 이코노미스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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