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옷입은 EU 경제정책 변화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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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도좌파 성향의 정권들이 유럽 주요국에 들어선 이후 유럽의 경제정책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 (EU) 15개국 지도자들이 25일 오스트리아 남부 호반 휴양지 푀르트샤흐에서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마치며 내놓은 향후 정책방향을 보면 그런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은 그동안 고집해온 재정적자 축소.물가안정 등 보수적인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실업자문제 해결을 위한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다짐했다.

이같은 방향선회에는 그동안 EU 경제정책을 보수와 안정쪽으로 강력하게 이끌어오던 우파 헬무트 콜 독일총리의 퇴진과 좌파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차기 총리의 등장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의 정책방향에 따라 유럽의 방향이 좌우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이탈리아도 최근 공산당 출신의 신임 총리 마시모 달레마가 합류함에 따라 좌파의 영향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EU 정상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경기진작을 위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을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에 촉구했으며 세계경제의 침체를 막기 위해 통화관리보다는 수요와 투자확대를 촉진할 경제정책을 함께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게스트 자격으로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한 슈뢰더 차기 독일총리는 연말까지 EU차원의 고용협약을 맺을 것을 주장, 실업문제는 각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콜 총리의 16년 노선을 뒤집었다.

그는 또 유럽단일통화 (EMU) 참가국의 재무장관들이 국제사회에서 유로화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프랑스의 주장에 동조, 통화문제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므로 유럽중앙은행 (ECB)에서 다뤄야 한다는 기존 독일정부의 입장과 대조적 태도를 보였다.

이탈리아의 마시모 달레마 총리도 "유럽의 장래는 국제금융위기에 대처하는데 있어 우리가 어떤 지도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렸다.

EU는 이제 국제 수준으로 이자율을 크게 내려야 할 여건이 조성돼 있다" 고 강조했다.

27일 좌파 독일 내각의 출범으로 이제 EU 15개 회원국중 중도 우파 정부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2개국 뿐이다.

EU의 두 핵심축인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13개국에 중도좌파 중심의 정부가 구성됨에 따라 향후 EU정책에도 다소간 좌파 성향을 띄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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