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정치권 검은돈 원천봉쇄]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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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정치자금 모금은 그 용도에 따라 특정 선거의 특정 후보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자금 (하드 머니) 과 포괄적 당운영비 형태의 자금 (소프트 머니) 두 가지로 나뉜다.

하드 머니 즉 후보자 개인에게 내는 기부금의 경우 1인당 기부 한도액은 1천달러로 정해져 있으며 1백달러 이상 낼 때는 현금이 아닌 개인수표 등을 이용하게 해 '검은 돈' 유입을 봉쇄하고 있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 (FEC) 는 선거때 마다 후보들의 재정보고서를 제출받아 선거자금 출처와 용도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일반인에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 머니의 경우 이같은 투명성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부액에 상한선이 없다 보니 담배회사 등 기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이 흘러 들어가는가 하면 사용처도 모호해 개인의 선거자금으로 유용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불법의 소지가 생기고 정치자금 과다 사용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사상 최대의 '돈선거' 라는 96년 선거 이후 계속되는 불법시비도 바로 소프트 머니와 관련된 것들이다.

현재 빌 클린턴 대통령이 추진중인 정치자금 개혁안도 소프트 머니 헌금의 대폭 규제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새 법안은 자발적으로 선거비용 상한선을 두는 후보들에 대해선 선거방송을 무료화 또는 감면해주는 혜택을 주는가 하면 선거 60일 이전의 특정 후보 홍보광고를 제한함으로써 '돈 안드는 선거' 를 촉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혁안은 지난 9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정치모금이 잘 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로 벽에 부닥친 상태다.

하지만 공화당으로서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다음 회기쯤 약간의 수정을 조건으로 동의하리라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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